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2000년 오랜 세월에 걸쳐 하나의 민족, 하나의 왕조가 계속되고 있는 나라는 이곳(일본)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는 아이누를 ‘선주(先住)민족’으로 명기한 아이누시책추진법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이 단일민족국가라는 아소 부총리의 발언은 이런 정부 방침과 모순돼 비판이 일고 있다.
14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소 부총리는 전날 자신의 기반 지역인 후쿠오카(福岡)현 노가타(直方)시에서 열린 국정보고회에서 지난해 럭비월드컵에서 일본 대표팀의 활동을 언급, “여러 나라가 섞여서 결과적으로 원팀으로 일본이 하나로 뭉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0년 오랜 세월에 걸쳐 하나의 장소에서, 하나의 언어로 하나의 민족, 하나의 천황이라는 왕조가 이어지고 있는 나라는 이곳밖에 없다. 좋은 나라다”라고 말했다.
아소 부총리는 같은 날 후쿠오카현 이즈카(飯塚)시에서 열린 국정보고회에서도 “2000년에 거쳐 같은 민족이 같은 언어로 하나의 왕조를 계속 유지해온 나라 등 세계에서 일본밖에 없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일본 언론은 아이누시책추진법이 시행되고 있는 점에 비춰 일본이 단일민족국가로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는 발언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이누시책추진법은 지난해 4월 성립됐다. 법률로서 처음 아이누를 선주민족으로 명기하고, 아이누 독자의 문화의 유지와 진흥, 아이누 이외의 국민과의 공생 등을 내걸고 있다. 아이누는 홋카이도(北海道)를 중심으로 거주해온 소수 민족으로 일본에서 오랫동안 차별을 받아왔다. 일본 정부는 작년 9월에는 아이누시책추진법에 기초해 아이누인들의 차별 해소를 위한 노력이나 지원의 실시를 담은 기본방침도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했다.
아소 부총리는 총무상 시절이었던 2005년에는 “하나의 문화, 하나의 문명, 하나의 민족, 하나의 언어의 나라는 일본밖에 없다”고 말해 홋카이도아이누협회로부터 항의를 받은 바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아소 부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 방침을 부정할 생각은 전혀 없기 때문에 오해가 발생하는 발언이 되고 있다면 말을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과한 후 정정한다”고 밝혔다.그는 “오랜 기간 일본이라는 나라가 민족의 대이동이라는 것도 없었고, 다른 민족으로부터 점령돼 변한 적도 없다. 나라의 지역이 움직인 것도 없으니까 비교적 뭉쳐진 형태로 2000년 가까이 계속해왔다는 것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소 부총리는 ‘망언(妄言) 제조기’라고 불릴 정도로 부적절한 발언을 되풀이하고 있다. 아베 정권을 떠받치는 한 축인 그의 망언을 아무도 막을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아소 부총리는 지난 11일 ‘공적 발언에서 젠더 차별을 허용하지 않는 모임’이 인터넷투표를 통해 선정한 지난해 최악의 성차별 발언 정치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노인이 나쁜 것처럼 말하는 이상한 이들이 많지만 잘못된 것이다. 아이를 낳지 않은 쪽이 문제”라는 발언이 꼽혔다. 그는 재작년에도 최악의 성차별 발언 정치인에 꼽혔다. 당시 재무성 차관이 여성 기자에게 성폭력 발언을 한 것을 두고 “그런 발언이 싫으면 그 자리를 떠나 돌아가면 되지 않냐. 재무성 담당 기자를 모두 남자로 하면 된다. 만지지 않았으면 괜찮은 것 아니냐” 등의 언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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