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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정리뉴스]전모 드러나는 카를로스 곤의 ‘일본 탈출극’

   카를로스 곤 전(前) 닛산 회장(65)의 영화 같은 ‘일본 대탈출극’의 전모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일본 수사 당국은 곤 전 회장이 혼자 자택을 빠져나와 오카사(大阪) 간사이(關西)국제공항에서 자가용비행기로 출국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미군 특수부대 출신의 도움으로 음향장비 케이스에 숨어 출국 검사를 피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탈출에 앞서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를 만나기도 한 그는 “(영화는) 놀라운 결말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곤 전 회장은 오는 8일(현지시간) 레바논에서 기자회견을 예고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탈출 경위와 이유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나올지 주목된다.

 ■“호흡용 구멍 뚫린 음향장비 케이스에 숨어” “X선 검사 안 거쳐”
 5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곤 전 회장은 지난달 29일 오후 2시30분쯤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혼자 도쿄 자택을 빠져나오는 모습이 감시카메라에 포착됐다. 귀가하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고, 자택에 출입하는 다른 수상한 인물도 없었다.
 곤 전 회장이 크리스마스 파티 때 악단으로 위장한 민간보안업체 요원들이 준비한 악기 상자에 숨어 집을 빠져나왔다는 레바논 언론 보도는 ‘오보’인 셈이다. 일본 경찰은 곤 전 회장이 혼자 집을 나온 뒤 다른 장소에서 누군가와 합류해 공항으로 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곤 전 회장은 자택을 나온 당일 오후 11시쯤 간사이 국제공항에서 자가용비행기를 타고 터키 이스탄불을 경유, 30일 레바논 베이루트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경찰은 곤 전 회장이 기내에 반입된 대형 상자 안에 숨어 출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NHK는 이날 자가용비행기에 높이 1m가 넘는 커다란 상자가 여럿 실려 있었는데, 출발 전 X선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공항 관계자는 “X선 검사를 위해 들어올리기 어려워 검사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민간보안업계 요원들이 곤 전 회장을 음향장비 하드케이스 2개 중 하나에 숨겨 전세기 화물로 싣고 간사이국제공항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이 케이스에는 호흡용 구멍도 뚫려 있고, 이동하기 쉽도록 바퀴도 달려있었다고 한다.

 ■“미군 특수부대 출신 전문가 개입” “항공사, 협박당해 협력”
 WSJ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의 탈출극에는 마이클 테일러와 조지 안투안 자이예크라고 밝힌 미국 여권 소지 남성 2명이 개입했다.
 두 사람은 분쟁지역에서 활동하는 민간보안업계에서 잘 알려진 인사들과 이름이 일치한다. 미군 특수부대 출신으로 2009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된 뉴욕타임스 기자 데이비드 로드 구출을 지원한 보안 전문가의 이름이 마이클 L 테일러이며, 자이예크는 테일러 소유 보안업체에서 일했다고 WSJ는 전했다.
 이들은 지난 28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공항에서 터키의 전세기업체 MNG 제트로부터 빌린 전세기를 타고 일본으로 출발했다. MNG의 탑승자 명단에도 이들 2명의 이름이 기재됐다. 이들이 탄 전세기가 간사이공항에서 곤 전 회장을 태운 것으로 보인다.
 MNG 홈페이지에 게시된 발표문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의 탈출에 동원된 전세 자가용 비행기는 2대다. 한 대는 두바이에서 간사이공항을 거쳐 이스탄불 아타튀르크공항으로 비행했다. 다른 한대는 이스탄불공항에서 베이루트공항까지 운항했다. 곤 전 회장은 이 전세기를 이용해 베이루트로 떠났으며, 2인조는 민항기를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터키 사법당국은 지난 3일(현지시간) 곤 전 회장을 밀항시킨 혐의로 자가용 비행기 조종사 4명과 MNG 간부 1명을 체포하고 자가용 비행기 2대를 압수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 간부는 “레바논의 지인으로부터 국제적으로 중요한 업무가 있다고 의뢰를 받았지만 승객이 누군지는 몰랐다”면서 “협력하지 않으면 가족에 피해가 미친다고 협박당했다”고 설명했다.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만나”…곤 “놀라운 결말 될 것”
 곤 전 회장은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데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은 지난달 탈출을 앞두고 오스카상 수상작 ‘버드맨’을 제작한 존 레서를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 일본에 당국이 자신을 부당하게 구금했으며, 이에 자신은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투쟁을 벌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주제는 구원이었고, 악당은 일본 사법 제도였다”고 전했다. 특히 곤 전 회장은 실제로 영화가 제작된다면 자신에 대한 동정적 여론이 확산할 수 있을지를 궁금해했다고 한다. 이러한 논의 배경에는 일본 사법 제도 아래에서 패소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이 자리에서 곤 전 회장이 이번 ‘탈출 시나리오’에 대해 말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NYT는 전했다. 다만 곤 전 회장의 지인이 “영화의 끝은 어떻게 되는가”라고 묻자 곤 전 회장은 “놀라운 결말이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한편 프랑스 르 몽드는 곤 전 회장이 수개월 전 세계 최대의 유료 동영상 서비스인 넷플릭스와 독점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3일 보도했다. 하지만 넷플릭스 일본 담당자는 아사히신문에 “곤씨와 작품에 관한 계약은 없다”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