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검찰에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던 카를로스 곤 전(前) 닛산 회장이 레바논으로 도주한 사실이 31일 확인됐다. 일본 국내에 머물러야 한다는 보석 조건을 어긴 것이어서, 일본과 레바논 간 외교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곤 전 회장은 “불공정과 정치적 박해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NHK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은 이날 미국 홍보담당자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나는 지금 레바논에 있다. 드디어 유죄가 전제돼 있고, 차별이 만연해 있고, 기본적인 인권이 무시되고 있는 부정한 일본 사법제도의 인질이 아니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불공정과 정치적 박해에서 벗어났다. 겨우 미디어와 자유롭게 의사 소통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는 유가증권보고서에 5년간 연봉 50억엔(약 500억원)을 축소 신고한 혐의(금융상품거래법 위반) 등으로 지난해 11월 도쿄지검 특수부에 체포됐다가 지난 4월 5억엔(약 53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곤 전 회장은 그에게 제기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될 경우 최장 징역 15년형에 처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곤 전 회장이 어떻게 출국할 수 있었는지는 당장 확인되지 않고 있다. NHK는 “출입국관리소의 자료를 검토한 결과 곤 전 회장이 일본에서 출국한 기록이 없다. 다른 이름을 사용해 출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곤 전 회장의 변호인을 맡고 있는 히로나카 준이치로(弘中惇一郞) 변호사는 이날 “보도내용 이상을 알지 못한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 당혹해하고 있다 ”라고 했다.
앞서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등 해외 언론은 소식통을 인용해 곤 전 회장이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은 자신의 혐의는 닛산 경영진이 꾸며냈다고 보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 일본을 탈출했다. 곤 전 회장은 르노와 닛산, 미쓰비시의 3사 연합이 경영 통합을 추진하는 데 반대하는 내부 세력의 모략에 당했다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해 왔다.
곤 전 회장은 브라질에서 태어났지만 레바논에서 자랐으며, 레바논 국적도 갖고 있다. 전처와 현 부인도 레바논 출신이다 레바논 정부는 곤 전 회장이 체포됐을 때 일본 측에 설명을 요구하는 등 곤 전 회장을 지원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일본 외무성 간부는 “보석 중 도주에 해당하는 것 아닌가”라며 “곤 전 회장 신병이 어떻게 되는지 레바논 정부에 외교 경로를 통해 확인하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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