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6년 양강도 삼지연 정비사업을 위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모든 단체·기업이 매년 연간 외화 수입의 1%를 내도록 지시했다고 도쿄신문이 30일 보도했다. 이렇게 거둔 외화는 ‘216호 자금’으로 기재되며, 국내 통치 목적으로 사용하는 ‘통치자금의 일종’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북한 통치자금의 존재가 문서로 확인된 것은 드문 일이다.
도쿄신문은 대상 기업이 지시대로 자금을 내는지 조사한 북한 사법기관의 문서를 입수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신문이 입수했다는 문서는 평양시 검찰소가 2017년 10월 25일 자로 상부 기관인 중앙검찰소 앞으로 보낸 문서 파일이다. 이 문서에는 “김 위원장이 2016년 10월 26일 모든 무역·외화벌이 단체에 삼지연 정비가 종료될 때까지 매년 외화 수입의 1%를 216호 자금으로 내도록 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또 평양시 검찰소가 평양신문사 산하의 한 무역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회사가 “216호 자금 보장계획 상의 1843유로(약240만원)를 100% 수행하고 있다”, “제기된 정책적 과제를 무조건 수행하도록 준법교양과 법적 통제를 강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북한 당국이 216호 자금을 확실하게 징수하기 위해 대상 기업별로 금액을 설정해 징수하고 있는 상황을 엿볼 수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도쿄신문은 북한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을 인용해 216호 자금에 대해 “김 위원장이 최우선 국가 프로젝트로 규정한 삼지연 정비를 두고 담당 간부나 노동자, 지역주민에게 보내는 선물 지급이나 선무 공작에 쓰이는 돈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른 소식통은 “지역 주민에게는 이미 216호 자금을 기초자금으로 다양한 물품이 배포되고 있는 것 같다”며 “(삼지연) 정비에도 사용됐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넓은 의미에서 김 위원장의 통치자금“이라고 지적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216호 자금’이라는 명칭의 통치자금을 넘겨받았다는 정보도 있다. 이 자금 명칭은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2월 16일)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216호 자금이 같은 돈인지는 분명치 않다.
백두산 기슭에 위치한 삼지연은 김일성 주석이 항일투쟁을 벌인 거점으로 알려져 북한에서는 ‘혁명성지’로 통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현대 문명이 응축된 산간도시의 전형으로 창조하라”고 지시해 약 3년 전부터 정비가 본격화됐는데, 216호 자금을 거두도록 지시한 시기와 겹친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삼지연에선 지난 2일 김정일 위원장의 생가가 있다고 주장하는 지구의 완공식이 열려 북한 매체가 “이상향”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지난 10일엔 군에서 시로 승격했다. 북한은 삼지연 지구의 정비 사업을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는 내년 10월까지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도쿄신문은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아래에서도 건설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내외에 과시하는 ‘이상향’ 만들기의 한쪽은 사법기관도 동원한 통치자금 상납 시스템이 떠받치고 있는 모양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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