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 하는 건 나 정도 밖에 없다고.”
일본 정부 산하의 일본과학미래관(미래관) 관장이 전시 중이던 매머드 털을 한 올 빼내간 뒤 돌려주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전시 홍보를 위해 유명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를 부르기 위해서였다.
2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출토한 매머드의 냉동표본을 전시하는 ‘매머드전’을 개최했던 국립 일본과학미래관 모리 마모루(毛利衛) 관장(71)은 지난 9월 전시 중이던 ‘매머드의 털’ 상자에서 털 한 올을 빼냈다.
매머드는 약 4000년 전에 멸종했지만, 러시아 사하공화국에서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해 녹은 영구 동토에서 발굴되고 있다. 매머드전은 사하공화국의 협력으로 지난 6월7일~11월 도쿄 오다이바 미래관에서 열렸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우주비행사 출신인 모리 관장은 입장객수가 저조하다면서 “입장객수를 끌어올릴 것”을 지시했다. 그때 마침 브래드 피트가 우주비행사를 연기한 영화 <애드 아스트라>의 일본 공개에 맞춰 9월12일 미래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일정이 정해졌다. 미래관 측은 ‘매머드전’의 선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피트 측에 전시를 보러올 수 있는지 타진했다. 하지만 피트 측에선 일정이 빡빡하다고 거절, “절대 권하지 말라”고 못박았다고 한다.
그러자 모리 관장은 ‘작전’을 짰다. 그는 피트의 기자회견 전날인 11일 밤 비서와 함께 폐관 후 전시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관람객이 손을 넣어서 만질 수 있도록 한 ‘진짜 매머드 털’ 상자에서 털 한 올을 빼냈다. 피트에게 매머드 털을 보여주면서 “진짜 매머드가 와 있는데 보지 않겠나”라고 꾀는 작전이었다. 모리 관장은 “이런 걸 하는 건 나 정도밖에 없다”로 말했다고 한다.
미래관 측은 기자회견 당일 매머드 털을 투명 봉지에 넣어 ‘작전’을 실행했다. 피트는 작전대로 ‘매머드전’으로 발길을 향했다.
미래관은 피트의 방문을 트위터로 선전했다. 이에 “미래관에 부라삐(브래드 피트의 일본식 애칭). 멋지다. 매머드전 가고 싶다” 등의 댓글이 쇄도했다. 모리 관장은 주위에 “봐라. 성공하지 않았냐”고 기뻐했다고 한다.
매머드전은 일본 국내 4곳을 순회 예정으로, 11월23일부터 후쿠오카시 과학관에서 열리고 있다. 모리 관장이 빼간 매머드 털은 상자에 돌려지지 않고 비서가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이 비서는 “경매에 내볼까”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모리 관장은 “분명히 뭔가 실수로 돌려주지 않은 것뿐이다.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돌려주겠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미래관 홍보 측은 “빼간 것이 아니라 빌려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순회전시 기간 중에는 미래관에 보관 책임이 있다면서 전날 “다른 털과 합치는 절차를 취했다”고 밝혔다.
모리 관장은 1992년 일본인으로 처음 우주 왕복선을 타고 우주를 비행했다. 2001년 설립된 미래관은 일본 문부과학성이 소관하는 과학기술진흥기구가 운영하며, 모리 관장이 초대 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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