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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한일 관계

고미술까지 뒤져 욱일기 정당화하려는 일본

 과거 군국주의의 상징이자 전범기인 ‘욱일기’(旭日旗)를 정당화하려는 일본 정부 공작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욱일(빨간색 태양을 중심으로 햇살이 뻗어 나가는 형상) 문양과 닮은 문양이 들어간 자국 고미술품을 찾기 위해 해외 현장조사에 나섰다고 요미우리신문이 5일 보도했다. 해외 고미술품까지 뒤져, 욱일기가 일본 제국주의 침략과 군국주의 상징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실을 덮으려 하는 것이다.
 외무성은 최근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한 에도(江戶)시대 후기(1833년) 제작 우키요에(浮世繪·목판 풍속화)에서 욱일 문양을 확인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그림은 에도(옛 도쿄의 지명)에서 가나가와현 에노시마에 이르는 각지의 풍물을 그린 16매짜리 그림의 하나다. 새해 첫날 수평선 위로 떠오른 태양에서 비치는 햇살이 푸른 바다 위로 여러 갈래로 뻗어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러나 태양과 햇살이 모두 붉은 욱일기와 달리 태양은 노란색이고 햇살은 흰색이다.
 현재 외무성 홈페이지는 욱일 문양을 사용한 가장 오래된 미술품으로 1869년 제작 일본화를 소개하고 있다. 외무성은 욱일 문양이 에도시대 때부터 친숙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이번에 발견한 우키요에를 (더 오래된 욱일 문양 표현 그림으로) 홈페이지에 소개할 것으로 보인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외무성의 조사는 각국의 주요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소장품을 대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외무성 조사는 한국 등 주변국이 욱일기를 군국주의의 상징이라고 비판하는 것에 대한 여론전의 일환으로 보인다. 외무성은 욱일기 문양이 일본 국내에서 오랫동안 폭넓게 사용돼 왔으며, 현재에도 풍어기나 출산, 명절 등 일상생활 속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군국주의의 상징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홈페이지의 욱일기 소개 코너에 기존에 있던 일본어와 영어 자료 외에 한국어 자료를 새로 올렸다.
 그러나 일본 육·해군의 군기나 함기로 사용된 ‘욱일기’가 일본 식민지배와 침략 피해를 당한 주변국에게 아픈 과거를 상기시킨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욱일기가 군국주의 상징이 아니라는 일본 정부의 주장은 식민 지배와 전쟁 책임을 흐리고, 피해국 국민의 정서를 배려하지 않는 태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도쿄신문은 지난 9월25일 사설에서 “욱일기 자체가 민간에 널리 보급돼 있다는 일본 정부 주장에는 무리가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