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사업규모 26조엔(약 284조원)의 새로운 경제대책을 5일 발표했다. 13조2000억엔(약 144조원)의 재정지출이 포함되는 등 당초 예상을 크게 웃도는 대규모 경제 부양책이다. ‘아베노믹스’의 엔진 재점화를 내걸었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정부 주최 ‘벚꽃을 보는 모임’을 사유화했다는 의혹으로 떨어지는 내각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후 임시 각의(국무회의)에서 사업규모 26조엔에 달하는 경제대책을 결정했다. 재해 복구·부흥, 경기하강 위험 대비, 도쿄올림픽 이후 경기활성화 등을 골자로 마련한 경제대책에는 13조2000억엔 규모의 재정지출과 민간투자가 포함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재해 복구·부흥을 위한 사업규모는 7조엔 정도로, 하천 제방 등 인프라 투자가 중심이다. 경기하강 위험에 대비한 사업규모는 7조3000엔으로, 내년 1월1일 미·일 무역협정 발효에 대비한 농수산물 수출 지원 강화, 디지털화 등 생산성 향상, 최저 임금 인상 지원, 취업빙하기 세대 공무원 채용 등을 담았다. 11조7000원이 투입되는 도쿄올림픽 이후 경기활성화 대책으로는 2023년까지 초등·중학생 1인당 컴퓨터·태블릿 배치 사업 등이 있다. 이밖에 차세대 통신 ‘5G’ 보급, 젊은 연구자 지원 기금 설립, 미국 달 탐사 계획 참여 등도 포함됐다.
아베 총리는 이날 정부·여당 정책 간담회에서 “레이와(令和·현 일왕의 연호) 최초의 경제 대책에 어울리는 강력한 정책 패키지를 꾸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번 사업규모 26조엔은 아베 내각이 2016년 8월에 내놓은 대규모 경제대책의 사업규모 28조1000억엔과 맞먹는다. 아베 총리가 지난달 초 새 경제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직후 여당에선 재정지출이 5조엔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는데, 실제 규모는 13조엔대로 훨씬 불어났다. 이를 두고 대규모 경기 활성화 대책을 통해 ‘벚꽃을 보는 모임’ 스캔들로 떨어진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리려는 의도라는 풀이가 나온다.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국내 경기가 완만한 회복 기조라는 인식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여권 일각에선 “경기를 뒷받침할 필요가 있냐”고 대규모 경제대책을 의문시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지지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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