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아이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에 대한 경계감이 퍼지고 있다. SNS로 모르는 어른과 만나 사건에 휘말리는 일이 끊이지 않으면서다. 특히 최근 실종 6일 만에 자택에서 400㎞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초등 6년생 여자아이가 SNS에서 30대 남성의 꼬임에 빠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충격이 커지고 있다.
■실종 6일 만에 발견된 초등 6년생...SNS에서 만난 남성과 400㎞ 이동
26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사카(大阪)시에서 행방불명된 초등학교 6년생 여자아이가 실종 6일 만인 23일 도치기현 오야마(小山)시의 파출소에서 보호되고 있는 게 확인됐다. 오야마시는 오사카시에서 약 400㎞ 떨어져 있다.
이 여자아이는 파출소에서 800m 떨어진 주택을 신발도 신지 않은 채로 빠져나와 곧장 파출소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주택에 살고 있던 30대 남성을 미성년자 유괴와 감금 혐의로 체포했다. 이 남성의 집에는 중 3 여학생도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남성과 여자아이는 지난 10일쯤 SNS를 통해 알게 됐다. 남성이 트위터의 비공개 메시지를 통해 여자아이에게 “안녕” 등의 말을 걸었다. 남성은 이후 “반 년 전부터 우리 집에 여자아이가 있다. 얘기 상대가 되면 좋겠는데 집에 안 올래”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 남성은 여자아이의 이름이나 주소 등을 물어보면서도 자신은 가명을 썼다고 한다.
두 사람은 SNS를 통해 17일 오사카 시내의 한 공원에서 만나기로 했다. 17일 약속 장소에서 만난 두 사람은 지하철과 열차를 갈아타면서 오야마시의 남성의 집으로 갔다.
남성의 집에서 도망치기 전까지 여자아이는 또 다른 중 3 여학생과 함께 생활했다. 식사는 1일 1회 정도. 남성은 스마트폰에서 유심 칩을 빼서 숨기고, 신발도 빼앗았다. 남성의 집에선 총탄류가 발견됐다. 경찰은 이 총탄으로 여자아이를 협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끊이지 않는 SNS 유괴 사건
최근 일본에선 모르는 어른이 SNS를 통해 아이들에게 가출을 꼬드기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
지난 9월에는 지바현의 초등학교 고학년 여자아이를 유괴한 혐의로 인근 이바라키현에 사는 20대 남성이 체포됐다. 이 남성은 SNS로 “부모와 집에 함께 있는 게 싫다면 내 집으로 와라”고 여자아이에게 메시지를 보내 가출을 부추긴 뒤 여자아이를 차에 태워 자택으로 데리고 갔다. 지난달에는 사이타마현에 사는 30대 남성이 트위터에 가출을 바라는 글을 올린 여자 중학생에에 “상담에 응하겠다”는 답장을 보낸 뒤 약 40일 간 자신의 방에 머물게 해 미성년자 유괴 혐의로 체포됐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SNS를 통해 사건에 휘말린 미성년자는 1881명으로,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이후 두 번째로 많다. 특히 최근에는 초등학생의 피해가 늘어나면서 지난해는 역대 최대인 55명이었다. 중학생은 624명, 고교생은 991명이었다. 한편 유해 정보를 볼 수 없도록 하는 필터링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88%(1378명)에 달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후지카와 다이스케(藤川大祐) 지바대 교수는 “SNS에서 알게 된 성인과 실제 만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어도 스마트폰 게임 등 공통의 취미가 있으면 ‘신뢰관계’가 생기고 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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