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5일 한·일 기업의 자발적 기부금과 국민 성금, 화해·치유 재단의 잔여기금 등으로 재원을 마련해강제징용·위안부 피해자에 지급하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제안한 ‘양국 기업·국민 기부금(1+1+α) 안’을 좀더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주요 20개국(G20) 국회의장 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 중인 문 의장은 이날 오후 도쿄 와세다대에서 가진 강연에서 “한국 국회에 이미 제출돼 있는 다양한 법안들을 분석·종합해 단일안으로 제안하려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문 의장은 법안이 구체적으로 담아야 할 내용에 대해 “첫째로 강제징용 피해자와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 한·일 사이의 갈등을 근원적이고 포괄적으로 해소하는 내용이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이미 집행력이 생긴 피해자들과 향후 예상되는 동일한 내용의 판결에서 승소한 피해자들에게 ‘위자료’가 지급되면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이 ‘대위변제’된 것으로 간주되고, 배상을 받은 사람들에는 민사소송법에 따른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간주해 오랜 논란이 종결되는 근거를 담아야 한다”고 했다.아울러 “한·일 청구권 협정 등과 관련된 모든 피해자들의 배상문제를 일정한 시한을 정해 일괄적으로 해결하는 규정을 담아낼 필요가 있으며, 이와 관련한 심의위원회를 두어야 하겠다”고 했다.
문 의장은 위자료에 대한 재원은 ‘기금’으로 마련하되, 한·일 양국의 기업이 기금을 마련하자는 ‘1+1’ 방식은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는 대신 “한·일 양국의 책임 있는 기업뿐만 아니라 그 외 기업까지 포함해 자발적으로 하는 기부금 형식에 양국 국민의 민간 성금 형식을 더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재 남아있는 화해·치유 재단의 잔액 60억원을 포함하겠다고 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약 100억원)을 바탕으로 설립된 화해·치유 재단은 한국 정부의 해산 결정에 따라 지난 7월 등기부상 해산 절차가 완료되고 잔여기금 처리 등의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문 의장은 이와 함께 “기금을 운용하는 재단에 대해 한국 정부가 출연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문 의장이 제안한 안은 한·일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인 기금과 모금을 통해 강제징용 피해자는 물론 위안부 피해자 문제까지 일괄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청구권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이미 해결된 문제인 만큼 배상 명목의 돈을 낼 수 없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과 모순되지 않는 안을 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제강점을 불법으로 인정한 대법원의 판결 정신을 훼손할 수 있고, 일본 기업에게 배상과 사죄를 요구하고 있는 피해자 측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문 의장은 “피해 당사국의 선제적 입법을 통해 한·일 양국이 갈등 현안에 대해 포괄적으로 협의하고 양보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고, 화해 협력의 물꼬를 틀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양국 정부는 입장을 내놓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양국 의회가 긴밀하게 협의하며 세심하게 논의하고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양국 국민의 눈높이에 못 미쳐 모두에게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누군가는 제안하고 말해야 한다”면서 “양국 국민의 전향적인 이해와 지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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