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이 지난 4일 태국 방콕에서 대화를 나눈 것을 두고 일본 언론은 5일 양국 간 ‘온도차’를 부각시켰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대화를 제의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데 대해 한·일 정보보호협정(GSOMIA)유지를 요구하는 미국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2면 해설기사에 ‘들이대는 한국, 빼는 일본’이라는 취지의 제목을 달았다.
일본 언론들은 이날 한·일 정상 대화 소식을 비중 있게 전하면서 한국 정부가 우호적인 분위기나 성과를 강조하는 데는 GSOMIA 문제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이 대화의 성과를 강조한 것은 미국을 의식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라며 “한국이 파기를 결정한 GSOMIA의 유지를 미국으로부터 강하게 요구받고 있어, 일본과의 대화 자세를 미국에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니치신문도 “문 정권이 대화의 의의를 강조한 것은 오는 22일 GSOMIA 유효 기간을 앞두고 한·일이 대화할 수 있는 관계라는 것을 미국에 보여줄 필요에 쫓기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이 GSOMIA 실효 전 한·일 정상이 만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일 정상회담의 또다른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16~17일 칠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칠레 국내 사정으로 갑자기 중지됐다. 산케이신문은 문 대통령이 GSOMIA 실효를 앞두고 미·일 정상들과 접촉을 모색할 최후의 기회가 없어졌다면서 “아베 총리와의 ‘환담’을 연출해 문제 해결의 의사가 있음을 국내를 향해 호소할 필요에 쫓기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아사히신문은 “한국 측이 우호적인 분위기를 강조한 배경에는 대통령 임기 5년의 반환점을 맞아 내치도, 외교도 곤란에 부딪쳐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향후 한국 측이 GSOMIA 연장을 결정하는 등 자세에 변화가 생길지 주시하고 있다고 NHK는 전했다.
한국 측에 비해 일본 측은 이번 만남에 대해 원론적·소극적 태도가 두드러졌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요미우리는 일본 정부가 아베 총리가 일본 정부의 입장을 “확실히 전달했다”고 발표한 데 대해 “현안을 둘러싼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고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신문은 또 일본 정부 관계자가 “(만남을 피하려고) 여기저기 도망쳐다닌다고 보여지면 좋지 않기 때문에 아베 총리가 대화 요청을 받아들였다. 징용공(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에서 새로운 제안이 있었을 리가 없고, 일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냉담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는 “아베 총리가 종래의 설명을 반복한 것은 정상 간에 정식으로 회담할 환경은 정비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을 표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일본이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배경에는 문재인 정권이 생각하는 ‘고위급 협의’는 역사 문제와 수출규제·안보 문제를 나눠 대응하려는 ‘투 트랙 외교’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경계감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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