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국회의원들이 1일 양국 관계 악화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면서 조속한 정상회담 개최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다만 양국 의원들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 현안을 두고는 여전한 입장차를 보였다.
한일의원연맹과 일한의원연맹은 이날 도쿄 중의원 의원회관에서 합동총회를 열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최근 들어 강제징용 소송, 한일 간 수출규제 문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등으로 양국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과거를 직시하고 미래를 지향하는 김대중·오부치 21세기 한일파트너십 공동선언의 정신을 되살려 양국 관계를 조속히 정상화시켜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안 해결을 위해 양국 국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힘을 기울이고, 양국 정상회담 및 고위급 회담이 조속히 개최되도록 촉구하기로 했다”고 했다.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은 “올해 안에 한·중·일 정상회담도 있으니 적극적으로 정상회담을 촉구하겠다”고 했다.
양국 의원들은 한일 관계가 “최대의 위기”라면서 이대로 방치해선 안된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 했지만, 해법에는 차이가 있었다. 가와무라 간사장은 “한국 측은 개인청구권이 있다는 데 대해 일본이 제대로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했고, 일본 측은 한·일 청구권협정에 해결이 끝난 사안이니 한국 국내에서 해결했으면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김광림 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은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는 많이 했지만 공동성명에는 담지 못했다”고 했다.
앞서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일한의원연맹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현재 한일 관계가 최대의 위기라고 일컬어지는 이유는 이른바 ‘징용공’ 문제에 대한 한국 대법원 판결과 지금까지의 정부 대응이 청구권 협정에 저촉되는 내용이며, 한일 관계의 법적 기반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사태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한국 정부가 국가간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강창희 한일의원연맹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강제동원 배·보상 등 역사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대화를 꾸준히 이어나가야 한다”며 “피해 당사자들이 입은 상처와 결부된 민감한 사안인 만큼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합동총회에는 양국 국회의장이 축사를 보내왔다. 이낙연 총리도 “한·일 양국 정부와 의원연맹이 이번에 가능성의 예술을 함께 창조하기를 기대한다”는 축사를 보냈다. 그러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축사를 보내지 않았다. 가와무라 간사장은 “우리 측에서 요청을 했지만 총리 관저로부터 축사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날 총회에 오시마 다다모리(大島理森) 중의원 의장이 참석한 반면, 산토 아키코(山東昭子) 참의원 의장은 불참했다. ‘일왕 사죄’ 발언을 두고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사죄를 요구해온 산토 의장은 주요 20개국(G20) 국회의장 회의를 계기로 오는 3일 방일하는 문 의장과 양자회담도 거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이날 합동총회에선 이런 산토 의장의 태도에 대해 한국 측으로부터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의원연맹은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각각 도쿄올림픽 교류·협력 집행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다만 도쿄올림픽의 욱일기 반입 논란에 대해 “손님이 좋은 추억을 갖고 돌아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관점에서 논의하자”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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