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이현 와카사(若狹)만은 한때 ‘원전 긴자(銀座)’로 불렸다. 고속증식로 ‘몬주’를 포함해 원전 15기가 몰려 있어, 정부에서 내주는 교부금과 원전 주변에 형성된 상권으로 호황을 누렸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뒤 명성이 바랬던 이 ‘원전 긴자’가 부활하고 있다. 이 지역 다카하마 원전 1~4호기가 2015~2016년 재가동 심사를 통과한 데 이어 오이(大飯) 원전 3·4호기(사진)가 재가동 합격 판정을 받으면서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24일 정례회의를 열고, 간사이전력 오이 원전 3·4호기의 안전대책이 ‘신 규제기준’에 적합하다는 심사서를 정식 결의했다.
이에 따라 ‘신 규제기준’에 근거해 재가동 합격 판정을 받은 원전은 6개, 12기로 늘었다. 2014년 9월 규슈전력 센다이 원전 1·2호기를 시작으로 다카하마 원전 1~4호기과 미하마 원전 3호기, 이카타 원전 3호기, 겐카이 원전 3·4호기가 안전심사를 통과했다. 이 가운데 센다이원전 1·2호기 등 4기는 이미 가동을 시작했다.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나자 당시 일본 민주당 정부는 전국의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하면서 2030년까지 ‘원전 가동 제로(zero)’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2012년 12월 집권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이를 뒤집었으며 2030년 일본 에너지생산량의 20~22%를 핵발전으로 생산하겠다고 했다. 이 목표에 맞추려면 노후 원전 10기 정도가 가동돼야 한다. 잠정 중단했던 원전 신설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일본에는 폐로가 결정된 것을 빼고 16개 원전, 42기가 있다. 아오모리에 짓고 있는 오마(大間) 원전을 포함해 가동 심사를 신청한 원전은 26기다. 간사이전력이 심사를 신청한 3개 원전 7기는 전부 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 회사는 지난 17일 다카하마 4호기를 재가동한 데 이어 다카하마 3호기도 6월초 다시 가동할 방침이다. 오이 원전 3·4호기도 빠르면 올 여름에 재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후쿠이현의 동의를 비롯한 여러 절차가 남아 있어 올 겨울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NHK는 전했다.
주민들 사이에선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후쿠이지방법원은 2014년 오이 원전 재가동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 간사이전력이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당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 규제위원은 “상정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지진 흔들림이 과소평가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언론들도 동일본 대지진 때처럼 지진과 쓰나미가 동시에 일어날 때의 주민 피란같은 안전대책이 효율적인지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다카하마 원전과 오이 원전 간 거리는 13㎞로, 후쿠시마 원전 1호기와 2호기의 거리와 비슷하다. 원전 8기가 있는 오이와 다카하마에는 약 2만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도쿄신문은 “거대 재난 때 일어날 수 있는 동시 사고에 어떻게 대비할 지에 대한 대답은 없는 채로 ‘원전 긴자’의 부활이 임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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