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쿠보 하지메(松久保肇) 일본 원자력자료연구실(CNIC) 사무국장(40)은 19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福島)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검토하는 것을 두고 “세계적인 원전 사고를 일으킨 가해 기업이 (사고) 쓰레기까지 받아달라는 것”이라며 “보통의 인간 심리로 못 받아들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도쿄 나카노(中野)구 CNIC 사무실에서 가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사람들이 싫다고 하고, 세계 사람들이 싫다고 하는데 굳이 방류할 필요가 있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처음부터 해양 방출을 전제로 하니까 (다른 방안은) ‘할 수 없다’고만 한다”며 “안전하다고 해도 풍평피해(風評被害·소문으로 인한 피해)는 멈추지 않고, 위험을 느끼는 사람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오염수 배출의 위험성을 두고는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트리튬)가 해양 생태는 물론 암을 늘리는 등 인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오염수를 100년 정도 장기 저장해 방사선이 자연 반감되는 것을 기다리는 게 해결책”이라고 했다. 내년 도쿄 올림픽을 ‘부흥 올림픽’으로 치르려는 일본 정부 계획을 두고는 “후쿠시마에선 ‘기민(棄民·사람을 버림)’ 상황이 일어나는데도 올림픽으로 세탁되고 있다”면서 “원전이 인간의 평화로운 생활을 빼앗았다는 교훈을 전하지 않고 부흥만을 내세우는 것을 우려한다”고 했다.
CNIC는 핵물리학자로 일본 탈원전운동의 상징이었던 다카기 진자부로(高木 仁三郞·1938~2000)의 주도로 1975년 설립됐다. 마쓰쿠보 사무국장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원전정책을 바꾸지 않는 정부 대응에 문제의식을 느껴 잘 나가던 ‘금융맨’을 그만두고 CNIC에 참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물과 희석해서 방류하려는 것 아니냐.
“작년 8월 방류를 정하려 할 때 탱크에 저장한 물에 스트론튬 등 다른 핵종이 많이 있는 게 확인됐다. 기준치의 2만배를 넘는 것도 있었다.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삼중수소 외에는 전부 제거했다고 했다. 한 입으로 두 말 한 거다. 당시 공청회에서 시민 대다수가 반대해 지상보관 등도 검토하기로 했는데 아직 아무것도 검토되지 않았다. 지금 상황이 바로 바뀌어서 방출할 것 같지는 않다.”
- 해양 방출밖에 선택지가 없나.
“그렇지 않다. 도쿄전력은 탱크를 둘 부지가 없다고 하는데 더 큰 크기의 탱크에 보관할 수 있다. 장기 보관을 생각하면 다른 방법도 있다. 후쿠시마현 어민들이 맹렬히 반대하는 상황에서 해양 방류가 받아들여지겠나.”
- 해양 환경에 영향은 없나.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의 방사선량은 약하지만 (방출될 경우)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확률론적 얘기지만 방사선이 통과하면 유전자를 변용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정부는 ‘원전에서 삼중수소가 포함된 냉각수를 바다에 방출해왔으니 (오염수의) 해양 방출이 문제없지 않으냐’고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에서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등 국제사회가) ‘이 이상 방사성 물질을 늘려도 괜찮냐’고 따지는데, 일본 정부는 ‘더 참아달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 한국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를 지적했다.
“미묘한 부분이 있다. 한국에 캐나다형 중수로가 있는데 삼중수소를 많이 낸다. ‘너희들도 그렇지 않냐’는 얘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주장 자체는 맞다. 삼중수소는 유전자에 붙기 쉬운 성질이 있어서 약한 방사성 물질이라도 몸에 직접 영향을 준다. 삼중수소가 안전하다지만 절대 안전은 아니다. 거기에는 개인의 가치 판단이 들어 있다. 그런 문제를 국민이나 국제사회 의견을 완전히 무시하고 절대 안전하다고 주장할 게 아니다.”
- 오염수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오염수를 저장하는 게 타당하다. 100년 저장하면 방사선이 반감하고, 오염수 양도 줄어들어 더 이상 늘지 않는 상황이 된다. 거기까지 가면 특별히 처리하지 않고 방출해도 될 거다.”
-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주변 수산물에 대한 수입 규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이 안전하다고 말해도 그걸 믿고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받아들이느냐는 문제는 그 나라의 판단이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 일본도 일정기준을 정해 금수조치 등을 했다.”
- 도쿄 올림픽 때 선수촌에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여러 노력의 결과로 방사선이 상당히 낮아졌다. 하지만 싫다는 사람에게 싫어하는 걸 먹이는 것은 맞지 않는다. 그것도 후쿠시마 부흥을 과시한다는 정치적 이유로 올림픽에 오는 사람들에게 먹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가 후쿠시마현에서 치러진다.
“1, 2일 정도 체재하니까 영향은 아마 없을 거다. 하지만 그걸로 뭘 하려는지 정부 의도가 있다. 후쿠시마가 부흥한 좋은 면만 보이려는 거다. 후쿠시마 원전 문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방사성 물질이 나오고, 많은 사람들이 피난해 있다. 정부는 이들에 대한 보조금을 점점 끊고 있다. 그야말로 사람을 버리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지만, 올림픽으로 세탁되고 있다. 올림픽을 한다면 ‘원전사고로 이런 것이 일어났다’고 전하는 장이 돼야 한다. 올림픽은 평화의 제전이다. 평화로운 생활이 원전에 의해 빼앗겼다. 그런 문제를 전하지 않고 부흥했다는 측면만 전면화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 아베 총리는 후쿠시마 문제가 ‘언더 컨트롤’(통제하)이라고 했다.
“후쿠시마가 다시 한번 폭발하냐는 얘기라면 ‘언더 컨트롤’이다. 하지만 그 외에 컨트롤이 안되고 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싸니까 (방류를) 하자는 건데, 비용이 아니라 이해의 문제다. 모두의 이해를 얻을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 게 사고를 일으킨 나라의 대전제다. 한국에서도 영광 한빛원전 사고 당시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 원전은 어떤 나라도 그렇게 된다. 비용이나 이익을 생각해 사고와 직결될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사고를 경험한 입장에서 한국도 원전에서 손을 떼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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