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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람들

노벨 화학상 요시노 “쓸 데 없는 일 잔뜩 해야”

 “쓸데 없는 일을 잔뜩 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은 태어나지 않는다.”
 리튬이온 전지 개발로 올해 노벨 화학상 공동수상자로 결정된 요시노 아키라(吉野彰) 아사히카세이(旭化成) 명예펠로가 최근 일본의 과학기술력 저하 우려에 내놓은 답변이다. 당장의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꾸준한 연구와 투자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앞서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지난 9일(현지시간) 리튬이온 전지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존 구디너프(미국·97), 스탠리 휘팅엄(영국·78), 요시노 등 3명의 화학자를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요시노는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과학기술력, 이노베이션(기술혁신)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일본 대학과 기업의 연구가 전환점에 와 있다”며 “기초 연구는 10개 중 1개가 맞으면 좋은데, 지금은 쓸 데 없는 부분만 문제삼아서 예산을 깎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쓸데 없는 일을 잔뜩 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은 태어나지 않는다. 무엇에 쓸 수 있는지와는 별도로, 자신의 호기심에 근거해 새로운 현상을 열심히 찾아내는게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다만 “반대로 정말로 도움이 되는 연구를 실현하기 위해선 ‘이런 연구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한다. 기업에서도 대학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이 두 가지가 훌륭하게 두 바퀴로 움직여가는 게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연구는 마라톤과 닮아서 힘들어도 열심히 해서 그걸 뛰어넘으면 편하게 되는 ‘러너즈 하이(runner‘s high)’가 온다”고 했다. 이어 “연구도 어딘가 골(결승점)이 있고 거기에 보물이 있다”며 “스스로 명확한 골을 확신할 수 있으면 어려움을 뛰어넘어 연구가 즐거워진다”고 했다. 

  요시노는 교토(京都)대 대학원 졸업 후인 1972년 화학기업 아사히카세이에 입사해 대학이 아닌 기업에서 줄곧 연구에 매진했다.
 그는 NHK와의 인터뷰에서 연구에서 중요하게 여겨온 것에 대해 “끈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벽에 부딪혔을 때는 ‘어떻게든 될 거야’라는 유연한 발상도 필요하다. 그 둘의 균형을 잡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연구자의 자세에 대해 “머리가 유연하지 않으면 안된다” “최후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에 호기심을 갖고 뭐든 좋으니까 폭을 넓혀가는 것, 그 가운데 ‘이런 길로 가고싶다’라는 것을 발견해 갈 것”이라고 조언했다.
 요시노는 원래 전지 전문가가 아니었다. 신형 전지를 개발하려고 한 게 아니라 유도성고분자폴리아세틸렌(PA)을 응용해 새로운 사업에 활용하려는 목적이었지만, 연구를 하는 가운데 “전지의 음극 재료에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 파고들었다. 그가 재직한 아사히카세도 원래는 섬유회사였지만, 리튬이온 전지를 개발하게 됐다. 그는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거꾸로 내가 전지 제조사의 연구자였다면 리튬이온 전지를 개발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개발 과정에서 곳곳에서 자료를 스스로 발견해갈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