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재일 조선학교를 고교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한 정책이 적법하다는 일본 최고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29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최고재판소(한국의 대법원) 제3소법정은 전날 도쿄 조선중고급학교 고급부(고등학교) 출신 학생 61명이 조선학교를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부당하다며 1인당 10만엔씩의 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원고 측 상고를 기각했다. 일본 정부가 고교 무상화 대상에서 조선학교를 제외한 것은 위법하지 않다는 판결이 확정된 것은 처음이다.
일본의 고교 무상화 정책은 민주당 정권 시절인 2010년 4월 도입됐다. 공립고에서 수업료를 징수하지 않고, 사립고 학생들에게는 한 명당 연간 12만~24만엔의 취학지원금을 준다. 외국인 학교 등도 요건을 갖추면 지금 대상이 된다.
문부과학성은 제도 도입 때 조선학교도 무상화 대상으로 검토했으나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을 계기로 간 나오토(菅直人) 당시 총리가 조선학교에 대한 심사를 동결했다. 제2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출범한 뒤인 2013년 2월 무상화 대상에서 조선학교를 제외하는 법령이 확정됐다.
이에 대해 조선학교 졸업생들이 도쿄, 나고야, 히로시마, 오사카, 후쿠오카 등 일본 전역 5곳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1· 2심 판결 7건 가운데 오사카지법 외에 일본 정부가 모두 승소했고, 오사카에서도 작년 9월 2심에서 원고 패소로 결론이 났다. 나고야, 히로시마, 후쿠오카 지역 소송은 현재 2심이 진행되고 있다.
원고 측은 일본 정부가 수업료 무상화 대상에서 조선학교를 제외한 것은 정치적 이유에 근거한 처분이자 재일 조선인 사회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해 왔다. 반면 일본 법원은 “조선학교가 친북한 성향의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취학지원금이 수업료로 쓰이지 않을 수 있다”라는 이유로 조선학교를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한 정부 판단에 재량의 일탈은 없다고 봤다.
하지만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와 아동권리위원회는 이미 수 차례 일본 정부에 “학생들이 차별없는 평등한 교육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조선학교 고교무상화 배제 정책에 대한 시정을 권고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오는 10월 실시하는 유아교육·보육 시설에 대해 무상화 정책에서도 조선학교가 운영하는 유치원을 제외했다.
도쿄 조선중고급학교 김생화 교무부장은 최고법원 판결에 대해 “고교 수업료 무상화는 정치와는 분리해야 할 교육권의 문제”라며 “학생들은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인과 공존하고 있다. 당연히 인정되는 권리라고 생각했던 만큼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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