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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일 ‘스피드 무역 합의’...양측 ‘의도’ 일치

 미국과 일본이 일본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확대를 포함한 새 무역협정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미·일 정상이 25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 4월 각료급 협상이 본격화한 지 4개월 만에 ‘스피드 합의’에 이른 것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과실’을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향에, 미국 측의 더한 요구를 차단하고 미·일 밀월 관계를 연출하려는 일본 측 의도가 합치한 결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양자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무역협정에 원칙 합의하고 오는 9월 서명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교섭을 거듭해 원칙적으로 합의에 이르렀다”고 말했고, 아베 총리는 “양국 경제에 틀림없이 커다란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
 양 정부는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일본이 미국산 농산물 시장 확대를 받아들이는 대신 미국은 자동차 부품 등 공업제품에 대한 관세를 삭감하기로 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미국산 소고기와 돼지고기 관세를 미국이 탈퇴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미국산 소고기 관세는 현행 38.5%에서 단계적으로 9%로 낮아진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일본이 현재 14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는데, 이번 합의로 7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시장 개방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또 이번 협정과 별도로 미국으로부터 사료용 옥수수 250만t을 구입하기로 했다.
 반면 일본 측이 요구해온 승용차 관세(2.5%) 인하는 미뤄졌다. 미국은 대신 자동차 부품 등 일본산 공업제품의 관세를 삭감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해온 일본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 부과에 대해선 “발동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과 “여전히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례적이라고 평가할 만한 ‘조기 합의’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향이 크게 작용했다. 2020년 11월 대통령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미국 내 농가의 지지 확보가 급선무인 만큼 이번 협정에서 성과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특히 무역마찰로 중국과의 교섭에서 성과를 낼 수 없는 만큼 일본은 우호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유력 후보자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일본으로서도 교섭이 길어질 경우 대상 범위가 넓어져 미국이 과도한 요구를 들이밀 우려가 있는 만큼 조기 타결이 필요했다.
 하지만 당초 TPP에선 일본이 수입산 소고기 관세를 9%까지 낮추는 반면, 미국은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2025년 철폐키로 합의했다는 점에서 “TPP 내용으로부터의 후퇴”라는 지적도 일본 내에선 나온다. 도쿄신문은 이처럼 ‘후퇴된 내용’의 합의를 서둘러 한 배경에는 아베 총리가 국내 농가의 반발을 우려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상 타결 시점을 7월 참의원 선거 이후로 늦춰달라고 한 데 대한 ‘빚’이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또 “한·일 대립과 미·중 무역마찰로 국제 정세가 불안정한 가운데 미일 관계의 긴밀함을 연출하는 의도가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