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예술가 72명 "소녀상 전시 중단 규탄" 커지는 비판론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 주최 측이 외부 압력으로 ‘평화의 소녀상’이 출품된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를 전시 사흘 만에 중지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시 작가·기획자들은 물론, 트리엔날레 참가 작가들도 비판 성명을 냈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 참가한 예술가 72명은 6일 전시 폐쇄를 규탄하는 연대성명(아티스트 스테이트먼트)을 발표하고 “우리들이 참가하는 전시회에 대해 정치적 개입이, 협박마저 행해지고 있다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느낀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에게 열린 공공장소여야 하는 전시회가 폐쇄된다는 것은 관객들이 작품을 볼 기회를 박탈하고, 활발한 논의를 차단하는 것이며, 작품 앞에서 느끼는 분노나 슬픔의 감정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 방식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라며 “일부 정치가에 의한 폭력적 개입, 폐쇄로 몰아넣은 협박과 공갈에 강력히 반대·항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적 압력이나 협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예술제의 회복과 계속, 안전이 담보된 자유롭고 활발한 논의의 장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대성명에는 한국 박찬경·임민욱 작가와 타니아 브루게라·도라 가르시아 등 현대미술 대가들, 고이즈미 메이로·쓰다 미치코 등 일본 현대미술가들이 동참했다. 이번 트리엔날레는 전 세계 30개국, 90여팀이 참가했다.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전시 실행위원들은 이날 아이치현 지사 앞으로 전시 중지 경위 등을 따지는 공개질문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중지 결정을 납득 못한다”며 전시 재개를 요구했다. 오구라 도시마루 실행위원은 “전시를 계속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한편 이날부터 나고야시 아이치문화예술센터에 있는 박찬경, 임민욱 작가의 전시장이 폐쇄됐다. 앞서 두 작가는 지난 5일 소녀상 전시 중단에 항의해 자신들의 작품도 철거해줄 것을 주최 측에 요구했다. 전시장 문에는 임 작가가 쓴 “정치 논리로 예술을 검열하는 일에 미술공간이 굴복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라는 안내문이 부착됐다.
　일본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은 이날자 사설을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아사히는 “사회가 ‘부자유’로 숨쉬기 어려운 상태가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마이니치도 “자신들과 의견을 달리하는 언론이나 표현을 테러 같은 폭력으로 배제하려고 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