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중·장년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28일 가와사키시에서 초등학생들이 살상된 사건에 이어 지난 1일 전 농림성 차관의 아들 살해 사건에서 ‘중장년 히키코모리’ 문제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들이 나오면서다.
지난달 28일 가와사키시에선 51세 남성이 학교 버스를 타려는 초등학생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2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 범행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 남성은 고령의 삼촌 부부와 동거하면서 10년 이상 히키코모리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에는 전 농림성(현 농림수산성) 차관이었던 구마자와 히데아키(熊澤英昭·76)가 도쿄 네리마구 자택에서 44세 아들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체포됐다. 경찰에 따르면 구마자와가 인근 초등학교에서 나는 소리가 시끄럽다는 아들을 타이르다가 사건이 발생했다. 구마자와는 아들에 대해 “히키코모리 성향에 가정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일도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NHK는 구마자와가 “가와사키 사건을 보고 내 아들도 주위에 위해를 가할지 모른다고 불안하게 생각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선 히키코모리는 젊은 세대의 문제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몇 년 새 중장년 히키코모리도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히키코모리 가정의 부모가 고령화하면서 가족 전체가 고립·빈곤화하면서 ‘8050(80대 부모, 50대 히키코모리 자녀) 위기’라는 용어도 사용되고 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일본 정부도 올해 처음 실태 파악에 나섰다. 내각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40~64세 가운데 반년 이상 가족을 제외하곤 거의 교류하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있는 사람은 전국 61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가운데 76.6%가 남성으로, 46.7%가 7년 이상 히키코모리 상태였다. 히키코모리가 된 계기(복수 응답)로는 퇴직이 36.2%로 가장 많았고, 인간관계(21.3%), 병(21.3%) 등의 순이었다.
가족들은 중장년 히키코모리가 자포자기가 돼 사건을 일으키지는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중장년 히키모모리의 경우 고령의 부모 등이 생활을 지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장래의 생활에 대한 불안이 커지기 쉽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히키코모리를 ‘가족의 수치’로 생각해 상담을 하지 않았던 가족들이 “내 자식은 괜찮을까”라고 지원단체 등에 상담을 해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히키코모리 가족·지원 단체는 일부 극단적인 사례를 계기로 히키코모리를 ‘범죄예비군’으로 규정하는 것은 편견을 더욱 부채질하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히키코모리UX회의는 지난달 31일 성명서를 통해 “히키코모리에 대한 이미지가 계속 왜곡되면 당사자나 가족은 몰려서 사회와 이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이나 절망이 깊어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KHJ전국히키코모리가족회연합회도 1일 “주위로부터 ‘왜 방치했냐’라는 질책을 당하게 되면 가족들은 사회의 눈을 무서워해 더욱 고립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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