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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한반도

트럼프, "북미 간 경의 있어...김정은 찬스 살리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73)은 일본 국빈 방문 사흘째인 27일 나루히토(德仁) 일왕(59)과 만났다. 나루히토 일왕이 지난 1일 즉위한 후 맞이한 첫 국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일왕의 거처인 도쿄 고쿄(皇居)를 찾았다. 오전 9시20분쯤 대통령 전용차로 고쿄 궁전 앞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 내외를 나루히토 일왕과 마사코(雅子) 왕비가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나루히토 일왕 내외는 웃음 띤 얼굴로 악수를 하고 “만나서 반갑다” 등 통역 없이 영어로 인사를 나눴다. 일왕은 이어 왕위 계승 1순위인 동생 후미히토(文仁) 내외 등 주요 참석자들을 영어로 소개했다. 일왕은 젊은 시절 영국 옥스포드대학에서 유학했고, 마사코 왕비는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외교관 출신이다.
 환영식은 궁전 앞 동쪽 정원에서 열렸다. 양국 국가 연주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육상자위대 의장대를 사열했다. 환영식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내외를 비롯한 각료 등이 배석했다. 고쿄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과 미국 대사관 직원들도 미·일의 작은 깃발을 흔들며 환영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나루히토 일왕 내외는 궁전 안 정전(正殿) 다케노마(竹の間)로 자리를 옮겨 15분가량 공식 대화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위 후 첫 국빈으로 초대받은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나루히토 일왕은 “즉위 후 첫 국빈으로 대통령을 맞이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고 NHK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관계에 대해 “과거의 전쟁 등 다양한 역사를 딛고 지금의 좋은 관계가 구축되어 있다”고 말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장식용 도자기를, 멜라니아 여사에게는 금세공한 목제 장식함을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 내외는 나루히토 일왕에게 80년 전 제작된 비올라를 선물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비올라 연주가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사코 왕비에겐 출신교인 하버드대에 있는 나무로 만든 만년필이 건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나루히토 일왕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다시 궁전을 찾았다. 연회장인 호메이덴(豊明殿)에는 정·재계, 문화계 인사 등 약 170명이 참석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인사말에서 “미·일 관계가 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 위에 구축된 것을 항상 가슴에 새기고 양국 국민이 세계 평화와 번영에 공헌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답사에서 “미·일 간 소중하게 키워온 인연을 우리 자손을 위해 지켜나가겠다”고 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호텔을 출발해 고쿄로 향할 때부터 고쿄를 떠날 때까지의 모습을 생중계로 전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NHK는 새 일왕 내외가 즉위 후 외국 정상과 만나는 것은 처음이라며 “레이와(令和·새 일왕의 연호) 시대 국제 친선의 시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