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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골프, 스모, 만찬...아베, 트럼프 밀착 접대로 '밀월 과시'

 ‘골프 라운딩, 스모 관전, 고급 음식점 만찬….’
 25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일본을 국빈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일 둘째날은 극진한 접대로 채워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삼시세끼를 같이하며 밀착 접대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레이와(令和·새 일왕의 연호)’ 첫 국빈으로 환대해 미·일 우호관계를 과시하겠다는 의도다.
 26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첫 일정을 골프로 시작했다. 그가 오전 9시쯤 전용 헬기 ‘마린 원’을 타고 지바(千葉)현 모바라(茂原)시 모바라컨트리클럽에 도착하자, 먼저 와 있던 아베 총리가 맞았다. 양 정상은 조식을 같이한 뒤 2시간30분 가까이 골프 라운딩을 즐겼다. 다섯 번째 골프 회동이다. 일본의 ‘골프 전설’ 아오키 이사오(靑木功·76)가 함께했다. 점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즐기는 미국산 쇠고기를 쓴 치즈버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5시쯤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도쿄 료코쿠(兩國) 고쿠기칸(國技館)으로 이동해 아베 총리 부부와 함께 오즈모(大相撲·프로 스모 선수들의 경기) 나쓰바쇼(夏場所) 최종일 경기를 30분쯤 관전했다. 미국 대통령이 오즈모를 관전하는 것은 처음이다.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에 손을 흔들며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도효(土俵·씨름판)에 가까운 정면 중앙 마스세키(升席)에 자리했다. 아베 총리가 “박진감 있다”며 추천한 자리다. 마스세키는 방석을 깔고 앉는데, 트럼프 대통령 내외를 위해 마스세키를 제거하고 소파가 준비됐다.
 일본스모협회는 관객들에게 “경기 중 방석 등을 던지는 행위를 절대 하지 말아달라”고 적힌 유인물을 나눠줬다. 최고 계급인 요코즈나(橫網)가 하위 계급 선수에게 패했을 때 관객들이 방석을 던지는 관습을 우려한 것이다.
 경기 종료 후 트럼프 대통령은 도효에 올라 우승자인 아사노야마(朝乃山)에게 ‘미국 대통령배(杯)’를 수여했다. 높이 137㎝, 무게 30㎏의 은색 트로피로, 미국에서 제작됐다.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 대통령배’를 주최 측에 보낸 적은 있지만, 외국 정상이 직접 우승컵을 수여한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와 아베 부부는 스모 관전 후 롯폰기에 있는 로바타야키 전문점 ‘이나카야(田舍家)’에서 만찬을 함께했다. 로바타야키는 손님이 보는 앞에서 생선, 고기, 야채 등을 숯불에 구워 주는 요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에 앞서 “오늘은 멋진 하루였다. 아베 총리와 양국의 무역과 방위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2017년 11월 이후 두 번째다. 당시에는 한·중·일 순방의 일환이었지만, 이번엔 일본 단독 방문이다. 지난달 아베 총리의 방미와 다음달 트럼프 대통령의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더하면 양 정상은 석 달 연속 만난다. 아베 총리로선 ‘신조’ ‘도널드’라고 부르는 정상 간 밀월과 미·일 우호를 국내외에 확인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아베 총리는 이날 “레이와 시대에도 미·일 동맹을 더욱 흔들리지 않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두 정상 간 밀월에도 불안은 남아 있다. 미·일 무역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7월 일본 참의원 선거까지 협상 타결을 유예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골프 회동 후 트위터에 “일본과의 무역협상에서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많은 부분은 일본의 7월 선거 이후까지 기다릴 것이다. 거기서 큰 숫자를 기대한다”고 했다. 선거에 대한 영향을 피하길 원하는 ‘친구’ 아베 총리를 배려하는 듯한 모습이지만, 어떤 대가가 따를지는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