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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멀어지는 아베의 ‘정치적 유산’…“6월 러·일 정상회담서 북방영토 합의 보류”

 일본 정부가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문제를 포함한 러시아와의 평화조약 체결 교섭에 대해 당초 목표로 한 6월 러·일 정상회담에서의 대략 합의를 보류키로 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임기 내 북방영토 문제를 해결해 ‘정치적 유산’으로 삼으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구상이 표류하는 모양새다.
 마이니치는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전하면서 “북방영토의 역사와 주권을 둘러싼 인식의 간격이 커서 영토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교섭에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6월 합의 전망에 대해 “교섭에 악영향을 준다”고 답변을 피하면서도 “아베 총리와 푸틴 대통령이 영토 문제에 대해 자신의 손으로 반드시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사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고위 관료는 “6월 합의는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털어놨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앞서 러·일 정상은 지난해 11월 회담에서 ‘평화조약 체결 후 (쿠릴 4개섬 가운데) 하보마이와 시코탄을 양도한다’는 1956년 소·일 공동선언을 기초로 교섭을 가속하기로 합의했다. 일본 정부는 하보마이와 시코탄의 반환과 구나시리·에토로후에서의 공동경제활동 등을 조합한 ‘2개 섬 +α’로 교섭을 매듭짓는 방침을 정했다. 아베 총리는 오는 6월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러·일 평화조약과 관련한 대략적인 합의를 발표하는 시나리오를 그려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러·일 고위급 회담에서 러시아가 강경자세로 일관하면서 교섭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과 2월 열린 외교장관 회담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은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 쿠릴 4개섬을 합법적으로 손에 넣었다는 역사인식과 ‘러시아의 주권’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했다. ‘4개섬 반환론’을 봉인함으로써 러시아로부터 일정한 양보를 끌어내려던 일본의 전략이 먹히지 않고 역사인식 등을 둘러싼 골만 선명해진 것이다.
 일본 정부는 북방 4개섬에서의 공동경제활동 등으로 러시아와의 신뢰를 조성해 교착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생각이지만 교섭의 장기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러·일 정부는 5월 중순 러시아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여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지만, 영토 양도에 강하게 반발하는 국내 여론으로 인해 러시아가 강경 자세를 누그러뜨릴 가능성은 낮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마이니치에 “러시아의 진의와 상황을 얼마나 헤아렸나”라고 밝혔다.
 쿠릴 4개섬 반환을 가시화해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외교적 성과로 부각시키려던 아베 총리의 의도는 난항에 빠진 모양새다. 아베 총리가 정권의 ‘정치적 유산’으로 남기려는 과제 자체가 성과 없이 끝날 가능성도 높다.
 2012년 12월 제2차 아베 내각 발족 이후 6년 넘게 장기집권해온 아베 총리는 북방영토 문제 해결,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 헌법개정을 정권의 정치적 유산으로 남기려 했다. 하지만 이번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헌법 개정에 긍정적인 세력이 개헌 의석수인 3분의 2에 미치지 못하면 개헌은 사실상 멀어진다. 납치 문제와 관련해서도 북한과의 대화 실마리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