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히토(德仁) 새 일왕(59)의 즉위로 아버지가 왕족인 남성만 인정하는 일본의 왕위 계승 제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럽에선 남녀를 따지지 않고 첫째가 왕위를 계승하는 ‘장자 우선’ 제도가 확산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영국은 2013년 왕위계승법을 개정해 ‘남성 우선’에서 ‘장자 우선’ 제도로 바꿨다. 그 전까지도 여성에게도 왕위 계승권이 인정됐지만, 왕의 장남과 그 손자를 우선해왔다. 형제자매 간에는 누나보다 남동생 쪽이 계승 순위에서 앞섰다. 영국 정부는 2013년 “빅토리아, 엘리자베스 2세라는 위대한 여왕의 나라이자 여성이 정부 수장을 맡아온 영국이 남성 우선의 계승 제도를 갖는 것은 세계에 잘못된 메시지를 준다”라고 의회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네덜란드도 1983년 ‘남성 우선’에서 ‘장자 우선’으로 바뀌었다. 네덜란드에선 2013년 퇴위한 베아트릭스 여왕까지 3대 연속으로 여왕이 재위했다. 남성만 계승을 인정했던 스웨덴은 1979년, 노르웨이는 1990년, 벨기에는 1991년 ‘장자 우선’으로 제도를 바꾸었다. 일본 정부 자료에 따르면 네덜란드 등은 “남녀평등의 시점”에서 제도를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왕실에서 ‘장자 우선’ 제도가 확산된 20세기 후반은 남녀평등 분위기가 세계적으로 확산된 시기이다. 여성차별철폐 조약이 1979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 1981년 발효됐다. 다만 스페인과 덴마크 등에선 ‘남성 우선’ 제도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일부터 3일간 마하 와찌랄롱꼰(라마 10세) 국왕의 대관식이 열린 태국에선 국왕이 남성 왕족 가운데 차기 국왕을 임명한다. 국왕이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은 채 타계했을 때는 추밀원이 왕위계승자 이름을 내각에 제출하고, 내각은 국회에 승인을 요청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이론상 왕녀가 뒤를 이을 수도 있다.
남성만 후계를 인정하는 중동의 왕실에선 국왕의 의향으로 후계자가 교체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현재의 제 7대 살만 국왕까지 6대 연속으로 초대 국왕의 자식들이 형제 간에 왕위를 이어왔다. 살만 국왕은 즉위 후 왕위 계승 1순위를 두번 교체해 현재 2017년 자신의 아들인 무함마드가 왕세자가 됐다. 인근 요르단의 경우도 후세인 전 국왕이 1999년 사망하기 전 20년 동안 왕위 계승 1순위였던 동생을 내리고 자신의 장남을 왕세자로 올렸다.
왕실 제도를 가진 국가는 영연방과 일본을 제외하곤 27개국이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유럽 10개국, 중동 7개국, 아시아 5개국, 아프리카 3개국, 남태평양 2개국 등이다.
일본과 유럽의 많은 국가는 군주가 실권을 갖지 않는 상징적 존재다. 영국과 캐나다, 호주 등 16개국의 국가원수인 엘리자베스 여왕은 의회의 소집이나 군의 통솔을 내각의 조언에 따라 실시하고 있다. 군주가 절대적 권력을 가진 국가는 세계에 약 10개국 있는데 주로 중동에 집중돼 있다. 예를 들어 사우디 살만 국왕은 총리를 겸임하고, 내각 임면권을 갖는다.
1970년대 이후 군주제가 폐지된 국가들도 있다. 1974년 에디오피아에선 하일레 셀라시에 국왕이 군사 쿠데타로 폐위됐고, 1979년 이란 혁명으로 왕정이 붕괴됐다. 네팔에선 2001년 즉위한 갸넨드라 국왕의 직접 통치 강화에 주요 정당이 반발하면서 2008년 입헌군주제에서 연방공화제로 이행을 결의해 239년 이어져온 왕조가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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