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쓰나미(지진해일) 피해로 수소폭발 사고를 일으켰던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3호기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꺼내는 작업이 15일 시작됐다. 당시 폭발사고로 ‘멜트다운(노심용융)’이 발생한 원자로에서 핵연료를 꺼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이날 오전 8시50분쯤 3호기 건물 안 수조에 있는 핵연료를 ‘연료취급기’로 불리는 장치로 들어올리는 작업을 시작했다. 작업은 건물 옥상에 설치된 크레인을 사용해 원격조작으로 진행됐다. 원자로 건물에서 500m 가량 떨어진 조작실에서 작업요원이 모니터를 보면서 조종했다. 들어올려진 핵연료는 수조 속에서 용기로 옮겨졌다. 용기는 이후 원전 부지 내 전용 수조로 옮겨지게 된다.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에는 멜트다운으로 녹아내린 핵물질의 잔해(데브리·debris)와 별도로, 높은 방사선을 내는 사용후 핵연료 514개, 미사용 핵연료 52개 등 모두 566개의 핵연료가 수조 안에 보관돼 있다. 도쿄전력 측은 이들 가운데 비교적 위험성이 낮은 미사용 핵연료를 먼저 반출할 예정이다.
동일본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선 전체 6기 중 1~4호기 원자로가 쓰나미 피해를 입었다. 이중 1~3호기에서는 냉각장치 고장에 따른 멜트다운이 발생, 수소폭발로 원자로 건물이 크게 손상됐다.
멜트다운이 일어나지 않아 피해가 적었던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 1535개는 2014년 말까지 반출 작업이 완료됐다. 하지만 1~3호기는 인체에 치명적인 수준으로 방사선 수치가 높고 폭발로 생긴 잔해로 덮여 있어 그동안 핵연료 반출을 위한 준비작업만 해왔다. 이런 준비 작업과 반출에 사용되는 기계에서 고장이 잇따르면서 당초 2014년말까지 계획됐던 핵연료 반출 작업은 계속 늦춰졌다.
도쿄전력은 내년 말까지 3호기의 핵연료 반출 작업을 끝낸 뒤 1~2호기에서도 같은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핵연료 반출 작업은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를 위한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폐로에서 가장 힘든 작업인 데브리를 끄집어내는 작업이 언제 가능할지 불투명하다. 1~3호기 원자로는 물론 격납고에 데브리가 약 880t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도쿄전력은 최근에서야 2호기에 파이프 형태의 기기를 넣어 데브리에 접촉하는데 성공했다.
원전에서 발생한 방사성 물질 오염수 처리도 문제다.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처리한 뒤 대형 물탱크에 넣어 원전 부지에 쌓아놓고 있는데, 그 양이 100만t에 달한다. 도쿄전력은 이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후쿠시마현과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크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사고 후 30~40년까지 ‘폐로’를 완료한다는 방침이지만, 폐로의 최종적인 모습이 무엇인지부터가 불명확하다. 폐로가 방사능으로 오염된 원전 건물을 완전한 공터로 돌려놓는 건지, 데브리의 처분까지 포함하는지 등에 대해선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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