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도쿄 지도리가후치(千鳥ケ淵) 해자에 조성된 산책로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지난달 27일 만개(滿開)가 발표된 도쿄의 벚꽃을 즐기려는 이들이다. 벚꽃 놀이인 ‘하나미(花見)’를 하려는 일본인들에 섞여 외국인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벚꽃과 해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줄을 서서 보트를 탔다. 깃발을 든 가이드를 따라가는 인도인 단체 관광객들도 있었다. 지역 주민들은 영어로 된 관광 안내서를 나눠줬다.
일본이 ‘벚꽃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벚꽃 시즌을 맞아 일본 각지의 벚꽃 명소가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경제 효과까지 누리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국경을 뛰어넘은 ‘SAKURA(벚꽃)’의 인기가 지방도시에도 혜택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벚꽃 놀이는 최근 몇 년 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우에노(上野)공원은 도쿄에서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벚꽃 명소다. 공원 관리소는 지난해 3월 하순에서 4월 초순까지 방문객이 약 300만명으로, 이들 가운데 “절반에 조금 모자라는 이들이 외국인일 것”이라고 아사히에 밝혔다. 벚꽃 가지를 잡고 사진을 찍다 가지를 부러뜨리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아 영어 간판을 설치하고, 경비원을 평소 3배 가까이 늘였다.
벚꽃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킬러(핵심) 콘텐츠’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3000만명을 돌파했다. 월별로 보면 벚꽃시즌인 4월이 290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수 년전부터 각국의 관광가이드나 TV 방송국이 일본의 벚꽃을 소개하는 특집이나 프로그램을 잇따라 제작했다. 대표적 여행가이드책인 ‘론리 플래닛’은 2010년부터 홈페이지에 벚꽃 특집 페이지를 개설해 “벚꽃이 피면 사람들은 꽃구경을 위해 모인다. 그 로맨스는 정열적이지만 눈 깜작할 새로, 1~2주 정도밖에 지속되지 않는다”고 소개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SNS에 올린 벚꽃사진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JNTO 측은 “‘SUSHI(스시)’나 ‘NINJA(닌자)’와 마찬가지로 ‘SAKURA’가 지명도를 얻고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일본에서 벚꽃 놀이의 경제 효과는 상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야모토 가쓰히로(宮本勝浩) 간사이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벚꽃 놀이의 경제 효과가 약 6500억엔(약 6조6000억원)이라는 추계를 내놓았다. 외국인 방문객이 그 4분의 1인 1600억엔(약 1억6200만원)을 창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벚꽃 효과’는 지방경제에도 파급되고 있다. 관광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외국인 숙박자수는 아오모리(靑森)현이 전년 같은 달에 비해 57.5% 증가한 것을 비롯, 미야기(宮城)현 85,1%, 후쿠시마(福島)현 64.9% 등 도호쿠(東北) 지방에서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도호쿠의 벚꽃을 소개한 유튜브 동영상은 지난 2년 간 620만회 넘게 재생됐다.
사정이 이러자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벚꽃놀이 여행상품’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대형여행사인 JTB에선 작년부터 후지(富士)산에 가까운 야마나시(山梨)현 후지요시다(富士吉田)시 아라쿠라야마센겐(新倉山淺間)공원에서 후지산과 벚꽃, 오층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여행상품을 내놓았다. 이곳에서 찍은 사진이 태국 교과서에 실려 태국인을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면서 지난해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약 120%의 판매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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