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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람들

[이바라키현을 가다]“생산자가 가격결정권 가져야 품질경쟁”...농산물직판장 미즈호

 “농산물을 재생산할 수 있는 가격을 받는 게 첫번째입니다. 생산자가 최저한의 가격결정권을 가져야 품질 경쟁을 할 수 있어요. ”
 이바라기현 쓰쿠바시에 위치한 ‘미즈호노무라이치바’(미즈호 마을시장)는 일본에 2만3000개 정도가 있다는 농산물직판장 가운데서도 독특한 존재다. 1990년 설립 이후 생산자가 직접 농산물에 가격을 붙여 판매한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세가와 히사오(長谷川久夫·71) 사장은 지난 25일 “다른 산업과 달리 농업은 가격 결정권이 없다 보니 모두들 룰이 없는 경쟁을 하면서 이상하게 되는 것”이라면서 “다른 사람이 아닌 생산자의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업의 위기’라고 말해지는 시대. 농가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출혈 경쟁이나 가격 하락에 농민들의 생활이 더욱 불안해지고 농업 포기자가 나오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세가와 사장은 “원가에 기초한 가격 설정으로 재생산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이익을 확보해줘야 한다. 그래야 농민들이 품질 경쟁에 전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즈호에는 특정 농산물을 처음 들여온 농가가 가격을 붙이면 뒤에 들여오는 사람은 그보다 싼 가격을 붙일 수 없다. 대신 도중에 무르거나 상한 게 발견되면 생산자가 되사는 방식으로 책임을 진다. 농산물에는 생산자와 산지명이 붙어있다. 회원에게 보내는 홍보 엽서에도 가격 대신 생산자의 이름을 넣는다. 하세가와 사장은 “품질에 자신이 없으면 이곳에 들어오지도 않는다”고 전했다.
 현재 농가 50곳이 참여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런 가격을 붙여도 좋을가” 긴가민가하던 농민들도 지금은 “내가 생산한 농산물에 직접 값을 매겨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미즈호에는 이들이 활짝 웃고 있는 사진 액자가 붙어 있다.일반 시장은 판매가의 30%가 농가에 가지만 미즈호의 경우 70~75%가 농가로 간다.
 대형슈퍼 등에 비하면 가격이 30%까지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지만, 맛과 품질이 좋아서 찾는 이들이 많다. 토마토의 경우 평균 당도가 훨씬 높다. “소비자가 가격을 납득하고 사갈 수 있도록 농가가 줄곧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 회원수는 1만2000명. 매상은 연간 6억엔(61억원) 정도다. 연간 100개 단체가 시찰을 하러 올 정도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세가와 사장은 “단지 물건을 파는 것으로는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면서 “일반 시장은 팔기 위해서지만, 미즈호는 재생산하기 위해서라는 목표가 있다. 그게 농업을 키우고 소비자의 신뢰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미즈호는 현재 차세대형 농산물직판장으로의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비자가 직접 물건을 보지 않으면 팔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지만, 인터넷 판매도 고려 중이다. 고령화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점을 고려해 기존에 해오던 품질검사 내용을 스마트폰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하세가와 사장은 “지금까지는 생산자가 다른 사람의 무대에 있다 보니 경영이 안되고 보조금만 노리게 되는 것”이라면서 “빨리 품질 경쟁 구조로 만들지 않으면 국민들도 먹기 힘들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산이 높아져야 산기슭의 들판이 넓어지는 겁니다. 그런데 모두들 산을 낮추니까 들판도 보이지 않게 됐어요. 한국도 마찬가지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