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신년 벽두부터 잇따라 개헌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지방선거(4월)와 참의원선거(7월 예상)가 12년 만에 겹치는 ‘선거의 해’를 맞아 개헌 동력을 끌어올려 ‘2020년 새 헌법 시행’ 목표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시나리오대로 개헌이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어그러질 경우 조기 ‘레임덕’에 빠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베 총리는 6일 NHK에 나와 2020년 새 헌법 시행 목표에 대해 “마음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면서도 “스케줄을 정하고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은 국가의 미래와 이상을 말하는 것으로, 일본을 어떤 국가로 할 것인가라는 논의가 국회에서 요구된다”고 했다.
새해 들어 ‘개헌몰이’에 나선 모양새다. 그는 지난 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나라의 미래상에 대해 논의를 진전시켜야 할 때”라며 개헌 추진 의사를 표명한 데 이어 지난 5일에도 “헌법개정을 포함해 새로운 국가 만들기에 도전하는 1년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그간 ‘전쟁 포기’와 ‘전력 불보유’를 규정한 헌법 9조에 자위대의 설치 근거를 두는 새 헌법의 2020년 시행을 목표로 개헌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개헌은 중·참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발의, 국민투표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새 헌법의 2020년 시행을 위해선 올해 안에 국회 발의에 나서야 한다.
최대 관문은 7월 참의원 선거다. 여당인 자민·공명당, 일본유신회 등 개헌에 적극적인 세력은 현재 중·참의원에서 3분의 2 이상 의석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이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아베 총리는 구심력을 강화하고, 개헌 논의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다만 3분의 2 의석을 유지하기 위해선 전체 254석 가운데 124석을 선출하는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70% 가까운 87석 이상을 획득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여당에선 3년 전 참의원 선거가 예상을 뛰어넘는 대승이었던 만큼, 이번에 의석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지방선거와 참의원 선거가 겹치는 해에는 지역조직의 피로로 인해 여당이 고전하는 ‘돼지해 징크스’도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12년 전인 2007년 선거에선 자민당 의석수가 64석에서 37석으로 줄어드는 참패를 당하면서 결국 아베 총리의 퇴진으로 이어졌다.
만약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의 의석이 대폭 줄어들 경우 아베 총리 책임론이 부상하면서 개헌 동력이 한꺼번에 수그러들 가능성이 높다. 아베 총리는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
아베 총리가 “신임을 묻는다”면서 중의원을 해산하고 중·참의원 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더블 선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이날도 아베 총리가 “머리 한 구석에도 없다”고 거듭 부인하는데도 불구하고, 여야 사이에선 “개헌을 위한 대승부로 치고나오는 것 아닌가”라는 억측이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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