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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한일 관계

아베, 시정연설에 ‘한일관계’ 언급 아예 없어...의도적 무시 전략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 국회 새해 시정연설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초계기 위협비행·레이더’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의도적인 ‘한국 무시’  전략을 쓰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이날 중의원에서 한 시정연설에서 한·일 관계를 현안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2012년 재집권 이후 시정연설의 외교분야에서 비중이 크든 작든 들어갔던 한국 관련 내용이 아예 빠진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시정연설에선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는 지금까지의 양국 간 국제약속, 상호 신뢰의 축적 위에 미래지향적으로 새로운 시대의 협력관계를 심화시켜 가겠다”고 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로 골이 깊었던 당시에도 최소한의 ‘협력관계’는 거론했던 것에 비춰 이번엔 거론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50분 가까운 시정연설에서 ‘한국’이 등장한 것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거론할 때뿐이었다. 아베 총리는 “북한과의 불행한 과거를 청산해 국교정상화를 목표로 하겠다”면서 “그를 위해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작년에는 “어떠한 도발에도 굴하지 않겠다”고 했던 북한에 대해 ‘국교 정상화’를  언급할 정도로 손짓을 하면서도 한국은 지나치듯 언급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어 “동북아를 정말로 안정된 평화와 번영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의 발상에 사로잡히지 않는 새 시대의 근린외교를 힘차게 펼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근린외교의 대상으로 한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미·일 동맹 강화와 중·일 관계의 새로운 단계 격상, 러시아와의 평화조약 체결 등에 연설을 할애한 것에 비춰보면 ‘근린’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은 뺀 셈이다.
 이런 태도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 역사문제에 대해 한국 측 대응을 요구하고 있고, 위협비행·레이더 문제도 한국 측과 협의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만큼 한국을 무시·외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신년 회견 모두에서 한일 관계를 언급하지 않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식으로 일본 측에 ‘겸허한 자세’를 요구한 데 대한 불만을 그대로 돌려준 것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미·일 동맹 강화와 일본의 역할 확대로 새로운 동북아 질서를 그리고 있는 일본 측이 한국의 위상을 재평가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에 대해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일본 여론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 25~27일 실시된 니혼게이자이신문 여론조사에선 레이더 조사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더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응답이 62%에 달했다. 반면 ‘한국 측 주장을 들어야 한다’는 답변은 7%에 머물렀다. 이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한 달 전보다  6%포인트 오른 53%를 기록했다. 
 이날 아베 총리는 또 “새로운 방위계획대강 아래, 체제를 발본적으로 강화해 스스로 달성할 수 있는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무장 강화에 의욕을 드러냈다.  ‘전쟁가능한 국가’로 가기 위한 개헌에 대해서도 “국회 헌법심사회에세 각 정당의 논의가 깊어질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한편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이어진 외교 부문 연설에서 “일본 고유 영토인 다케시마(竹島, 일본이 독도에 붙인 이름)에 대한 일본 주장을 확실히 전달해 끈기있게 대응할 것”이라면서  외교 수장으로 ‘독도 망언’을 6년째 되풀이했다. 그는 또 “(한국 측에) 한일 청구권 협정, 위안부 합의 등 국제적 약속을 제대로 지킬 것을 강력히 요구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