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측, “한국 국내 호소용”으로 몰아가
일본 정부는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한국 해군 구축함에 근접 위협 비행을 했다는 한국 국방부의 발표를 거듭 부인했다. 오히려 한국 측에 ‘유감’을 표시하면서 ‘냉정한 대응’을 주문했다. 앞서 한국 측의 ‘레이더 조사(照射·겨냥해서 비춤)’ 문제를 제기하면서 갈등을 키울 때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인 것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국방부의 지난 23일 발표에 대해 “유감”이라며 “냉정하고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한국 측이 지적하는 것처럼 비행한 사실이 없으며 적절히 비행했다는 보고를 방위성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상이 지난 23일 기자들에게 초계기 비행에 대해 “기록을 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어떤 기록을 했으며 이를 공개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일 방위당국 간 제대로 의사소통을 꾀해갈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답했다.
이와야 방위상도 이날 국방부가 공개한 사진과 관련해 “상대방은 군함이고 우리는 초계기인데, 위협을 느끼는 건 오히려 초계기 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한국이 우리의 주장을 받아들여서 성실한 대응을 해야 한다”면서 “지역에서 공동 책임을 가진 사람들끼리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위대 수장인 가와노 가쓰토시(河野克俊) 통합막료장(한국의 합참의장)도 정례 브리핑에서 “(23일 초계기 비행기록에 대해) 자위대 기록엔 고도 150m 이상 거리 1000m 이상 떨어져 있었다”고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한국 해군 구축함이 무선으로 약 20차례 경고했음에도 일본 측 초계기의 응답이 없었다는 국방부 발표에 대해선 “(한국 측의) 호출에 대해 ‘국제법 등에 기초한 안전거리와 고도에서 비행하고 있다’는 취지로 회답했다”고 부인했다. 이에 대한 한국 측의 응답을 묻자 “구체적인 답변은 삼가겠다”며 “교신기록이 남아 있다”고 했다. 지난 18일과 22일 비행 기록을 공개할 계획에 대해선 “현 시점에선 생각이 없다”며 “한국 측과 더 이상 말다툼을 하는 것은 피하고 싶다. 냉정한 대응을 한국 측에 요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와 언론은 우리 국방부 발표에 대해 “한국 국내에 호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일본 정부 고위 관리는 요미우리신문에 “한국 국내용 호소”라고 밝혔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초계기의 근접 위협비행이 있었다는 이어도 부근은 일본 방공식별구역(ADIZ)에 포함되는 지역이라며 “초계기 활동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요미우리는 전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한일 외무장관 회담 내용을 보도하면서 “한국이 ‘위협비행’을 들고나왔다”고 전했다.
산케이신문도 한일 외무장관 회담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한일관계 개선보다는 국내적으로 어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강 장관은 고노 다로 외무상이 제안한 의견 교환에 대해 해야 할 것은 하지 않고 피해의식만 드러내는 언행으로 일관했다”고 우겼다.
아사히신문은 ‘한국의 강경 자세의 배경’을 분석한다면서 “실무자에 의한 검증이 충분하지 않은 사이 (레이더) 조사(照射·겨냥해 비춤)사실을 부정해버려서 물러날 수 없게 됐다”는 ‘한국 군사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아사히는 자민당 등 일본 측의 강한 반발도 한국을 자극한 것 같다면서 “아베 신조 총리도 비판했기 때문에 체면상 한국은 강하게 나올 수밖에 없게 됐다”는 ‘한국 전 장관’의 말을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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