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 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신일철주금(구 일본제철) 자산 압류신청을 승인한 것과 관련, 9일 한일 청구권협정 규정에 따라 한국 정부에 협의를 요청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날 오후 이수훈 주일 대사를 청사로 불러 한국 법원의 자산 압류신청 승인에 대해 항의하며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의한 2개국 협의를 요청했다. 이 대사는 아키바 차관과 10여분간 면담한 뒤 기자들에게 “한·일 관계가 어려운 상황이니 이럴 때일수록 양국이 서로 관리를 잘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주재로 관계 각료회의를 열고 신일철주금에 대한 자산압류 통지가 도착하는 대로 한국 정부에 협의를 요청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이 대사 초치도 한국 법원의 결정이 신일철주금에 통지된 사실을 확인한 뒤 이뤄졌다.
일본 정부가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른 2개국 협의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일 청구권협정은 협정 해석 및 실시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면 우선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해결하게 돼 있다. 2개국 협의는 이 ‘외교상 경로’에 해당한다. 2개국 협의로도 해결이 되지 않으면 3국 위원도 참여하는 중재위원회에 회부하도록 돼 있다. 일본 정부는 중재위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하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국 정부가 일본의 요청에 응해야 할 의무는 없다. 2011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협의를 요청했지만, 일본 정부는 응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이번 사안에 대해 한국 정부가 응하지 않아도, 협의 요청과 제소를 통해 국제 여론전을 벌이겠다는 생각이다. 일본 정부 내에선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 관세 인상이나 일본 내 한국 기업의 자산압류로 맞대응하는 방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그 문제는 외교부와 총리실이 주관하고 있으니 입장이 정리되면 공개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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