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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여긴 청년들 돌아와 살아나갈 힘 받을 수 있는 곳"

 

  그림책 작가 다시마 세이조(田島征三·78·사진)에게 도카마치시의 산골 폐교는 ‘거대한 그림책’이다.
 2009년 개관한 ‘그림책과 나무열매 미술관’. 2005년 폐교가 된 사나다(眞田)초등학교 교사를 하나의 그림책처럼 만들었다. 과거 이 학교에서 활기차게 생활했던 학생과 교사, 심지어 ‘도깨비’의 모습까지 재현했다. 바닷가에 떠내려온 나무나 나무열매 등을 모아 물감을 칠했다.
 지난 14일 미술관에서 만난 다시마는 “NPO(비영리단체) 소개로 처음 왔을 때는 폐교뿐이었지만 하고 싶은 게 흘러넘쳤다”면서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세 아이들과 얘기하면서 이미지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주민들과의 교류도 깊어졌다. 85세가 넘는 할머니들이 지금도 매일 학교를 찾는다. 미술관 내 카페 ‘하치’에선 지역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채소로 요리를 만든다.


 이번 예술제를 맞아 살무사를 테마로 한 작품을 만들었다. 나무로 만든 거대한 살무사 형태의 터널이 학교 건물 옆을 둘러쌌다. 다시마는 “생물 없이 뭐가 예술이냐”면서 “다시 찾아오는 이들이 많아서 올 때마다 놀라운 일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고 했다.
 2016년 가을부터 1년이 넘게 걸린 작품 제작에는 젊은 예술가와 토목업체는 물론, 마을 주민들도 거들었다. “모두가 같은 기분이 되기 때문”이라고 다시마는 말했다.
 그는 “예술을 이해하고 못하고 이전에 사람들 사이의 교류라는 게 있다”면서 “예술은 관계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예술을 몰라도 그곳에 가면 뭔가 좋은 기분이 되는 것을 키워드로 했다”라고 전했다.


 다시마는 “이런 장소가 있으면 일시 떠났던 젊은이들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했다. ‘지역 재생’을 위해선 교류 거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예술제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던 홋카이도(北海道) 젊은이는 이곳에 정이 들어 정착해 아이까지 낳았다고 한다. 그는 “사람들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싶은, 살아가는 힘을 받을 수 있는 장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그래픽상 등을 수상한 다시마는 자연과 생명, 평화 등의 테마를 독특한 색감으로 표현해왔다. 지난 4월엔 위안부 할머니를 그린 권윤덕의 <꽃할머니>가 8년 만에 일본에서 출간되는 데 역할을 했다. 그는 예술제 기간 미술관을 찾은 이들에게 반전(反戰), 평화의 중요성을 얘기하면서 보다 많은 이들이 <꽃할머니>를 읽어볼 것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