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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김진우의 도쿄 리포트

“마음껏 책 읽었으면”...일본에서 속속 등장하는 이색 ‘북 스페이스’

 ‘잠들 때까지 마음껏 책을 읽었으면……’
 책벌레들의 이런 바람에 착안한 공간들이 일본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도쿄(東京) 신주쿠(新宿)에서 지난 5월말 문을 연 ‘북 앤드 베드(Book and B ed) 도쿄’ 5호점. 그림책, 소설, 논픽션 등 다양한 장르의 책 3600권을 갖춘 이곳은 도서관이 아니라 버젓한 호텔이다. 책들이 꽂혀있는 서가들 사이에는 캡슐호텔 같은 침실 55개가 마련돼 있다. 후쿠오카(福岡)에서 올라와 친구의 추천으로 이곳에서 머물렀다는 노다 도모스케(野田知佑)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마치 도서관에 묵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1인당 숙박 요금은 5300엔(약 5만3000원)이다. 금·토·일요일 예약은 1주일 전에 다 차서 객실 가동률이 90%를 넘고 있다.
 숙박객의 70%가 여성으로 20~30대 이용객이 많다. 손님의 절반은 혼자지만, 처음 보는 사람과 대화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이 호텔을 운영하는 부동산중개회사 ‘R-스토어’ 측은 “호텔이지만 자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숙박객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책 읽는 즐거움을 맛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도쿄 인근의 유명 온천 휴양지인 하코네(箱根)에도 지난 1일 ‘하코네 혼바코(本箱·책장)’라는 호텔이 문을 열었다. 호텔에 배치된 책은 모두 1만2000권. 커다란 창문을 통해 하코네의 산들이 보이는 호텔 1층 로비에 천장까지 닿는 책장이 설치돼 있다. 또 객실을 비롯해 다양한 장소에 일본의 유명 작가나 배우가 추천한 책들을 둔 ‘오리지널 책장’을 설치하는 등 책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원래 대형 출판도매업체 닛판(日販)의 휴양소였던 곳을 ‘책 호텔’로 재개장했다. 투숙객은 우선 하코네의 짙푸른 풍광부터 감상할 것인지, 1만2000권이나 되는 책을 손 닿는 대로 읽어야할지 고민해야 한다. 호텔 안의 책은 구입할 수도 있다. 
 독서의 즐거움을 살리려는 독특한 시설은 더 있다. 서점 체인 쓰타야는 지난해 12월 24시간 영업을 하는 책방 ‘쓰타야 북 아파트먼트’를 신주쿠에 개장했다. 시설이 들어선 건물 4층부터 6층까지 각 층에는 책이 배치돼 있다. 4층은 공동 작업 공간. 5·6층은 공유 공간과 개인실로 나눠져 있는데, 어느 쪽도 신발을 벗고 들어가 자신에게 편한 자세로 책을 읽을 수 있다. 샤워 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과거 DVD 대여점이던 것을 개수할 때 “신주쿠에는 유유자적하게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가 없다”는 의견이 나와 이런 식으로 바꿨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