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제/김진우의 도쿄 리포트

“대머리 최고!”...도쿄 오다이바에서 펼쳐진 ‘대머리들의 댄스’

  “젊은데 머리숱이 적어져서……”.
 지난 4일 오후 도쿄(東京) 오다이바 도쿄국제전시장(빅 사이트)에서 열린 ‘한여름의 디자인 페스타’.
 무대에 선 젊은 남성이 머리숱이 적다고 한탄을 했다. 그러자 중년 남성이 “재미없다”고 대꾸했다. 젊은 남성이 “당신이 내 고민을 아냐”고 외치자, 중년 남성은 크게 웃으면서 가발을 벗어던졌다. 반짝반짝하는 대머리가 드러났다. 
 이를 신호로 빌리지 피플의 노래 ‘고 웨스트(Go West)’가 흐르고, 화려한 복장의 남성과 여성이 무대로 나와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들도 도중에 가발을 벗어던졌다. 그러자 ‘대머리’ 남녀들이 차례차례 무대로 나와 함께 춤을 췄다.
 5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이 행사는 병 등으로 인해 머리카락이 없어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명랑하게 즐기자는 취지로 발족한 ‘대머리 100명으로 춤추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프로젝트는 지난해 가을 출발했다. 원형탈모증을 앓고 있는 여성 만화가 고마메 다루마가 인터넷에서 영국의 탈모증 환자들이 거리로 나와 대머리를 서슴없이 드러내보이는 동영상을 본 게 계기다. 원형탈모증과 싸운 경험을 토대로 <나, 반짝반짝 1년생>이라는 개그만화를 출판한 적도 있는 고마메는 “밝게 대머리를 표현해 위화감 없이 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머리카락이 없다고 동정받는 것이 아니라 ‘저 사람들 즐거워 보이네’라는 생각을 가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뜻에 찬동하는 사람들과 함께 홍보 동영상을 제작해 인터넷에 공개, 참가자들을 모집했다. 공식 캐릭터도 만들었다. 단순히 가발을 벗자고 권유하는 게 아니라, 본래의 자신을 내보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함께 즐기자”고 호소했다.
 이날 무대에는 남녀 40명이 모여 춤을 선보였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당초 목표인 100명을 달성하지 못했지만 “대머리 최고”라면서 웃는 얼굴로 첫 무대를 장식했다. 무대를 지켜본 관객들은 조금 놀라는 기색을 보이면서도 사진을 찍거나 음악 리듬에 맞춰 박수를 보냈다. 고마메는 “해서 좋았다. 다들 평소에는 싫다는 생각도 하지만 오늘은 적극적으로 춤출 수 있었다”고 즐거워했다.
 프로젝트는 100명을 모을 때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100명의 대머리들이 춤추는 영상을 뮤직비디오로 만들 생각이다. 음악 담당은 대머리 남성들로 결성된 4인조 그룹 ‘보즈 스타일(BOZE STYLE·보즈는 스님이라는 뜻)’. ‘대머리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내걸고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대머리를 숨기지 않아도 된다라고 전해 편견이 없어지면 좋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