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편의점업체 패밀리마트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5월 도쿄(東京)도와 이바라키(茨城)현 등 간토(關東) 지방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30~50대 남녀 5명을 정식 채용했다. 손님 접대 등의 실력을 높이 사서 점포와 스태프에 대한 지도와 조언을 담당하는 ‘지역한정사원’으로 본사에서 채용한 것이다.
지바(千葉)현 이치하라(市原)시에 사는 요시다 아키코(吉田明子·41)도 이렇게 채용된 지역한정사원이다.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45분. 패밀리마트 편의점 600곳 있는 지바현이 담당 지역이다. 고교 3년생과 중학교 3년생 딸을 둔 요시다는 “전근이 있으면 사원이 되기 어려웠다”면서 “통근가능한 범위에서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맡을 수 있었다”고 마이니치신문에 말했다.
일본에서 지방에서 일하는 방식에 새로운 흐름이 생기고 있다. 다니던 회사를 퇴직한 뒤 지방으로 이주해 농사를 짓거나 가업을 잇는 기존 패턴과는 다르다. 샐러리맨에서 탈출하는 ‘다츠(脫)사라(샐러리맨)’를 하지 않고도 지방에서 생활하면서 일하는 방식이 늘고 있는 것이다.
지역한정사원은 전근이 없고, 오래 살아서 정이 든 고향 등에서 생활하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대도시에서 살기보다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식이 확산되고, 고령의 부모나 아이를 돌보기 위해 전근을 꺼려하는 게 배경이다.
실제 젊은 세대들 사이에선 대도시 근무에 집착하지 않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가 지난해 7월 대학생·대학원생 56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지역한정사원에 ‘꼭 지원하고 싶다’와 ‘처우 격차가 크지 않으면 지원하고 싶다’는 응답이 합해서 72.6%에 달했다. 특히 10명 가운데 1명은 도쿄, 오사카, 나고야 같은 대도시가 아니라 지방인 고향이나 고향 가까운 도시에서의 근무를 바랐다.
통상 지역한정사원은 일반 정규직보다 급여나 상여가 적고 승진 제한이 있는 등 처우에 격차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기업 면접에서 “전근하지 않고 지역에서 일하고 싶다” “고향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인사 담당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정규직으로 입사한 사원이 부모의 간병이나 육아를 위해 지역한정근무를 바라는 예도 적지 않다.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산업계도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지역한정사원 채용을 늘리고 있다. 파나소닉은 내년 3월까지 지역한정사원을 3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패밀리마트도 간토 지방 이외에서도 지역한정사원 채용을 검토하고 있다. 지역의 세세한 사정을 알고 있다는 장점도 채용을 늘리는 이유다. 패밀리마트 인사담당자는 “상권이 작고 지역밀착형의 편의점에는 지역한정사원이 적합하다”고 했다.
지역한정사원과는 반대로 대도시에 있는 사원을 전근을 통해 지방에서 일하는 인재로 기르려는 구상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쓰다 도모(松田智生) 미쓰비시(三菱)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역(逆)산킨코타이(參勤交代)’를 주창하고 있다. 에도(江戶)시대 지방 영주들이 1년 걸러 에도에 머물도록 해 ‘지방에서 도시로’라는 흐름을 낳았던 ‘산킨코타이’ 제도에 비해 ‘도시에서 지방으로’를 목표로 한다. 단순한 지방 전근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주 5일 가운데 3일은 ‘회사일’을 하고 나머지 2일은 지자체와 지방산업을 돕는 등 ‘지역의 일’을 함으로써 도시와 지방이 인재를 공유하자는 발상이다.
지방에선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해외 판로 개척에 정통한 사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폐업하는 기업도 많다. 대기업에서 해외영업을 담당했던 사원이 노하우와 인맥을 전해주면 지방에 크게 공헌할 수 있다. 부임자용 주택과 사무실 마련을 위해 빈 집이나 점포를 수리하는 등 파급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관심을 나타내는 지방자치단체도 생기기 시작했다. 이와테(岩手)현 하치만타이(八幡平)시와 이바라키(茨城)현 가사마(笠間)시에선 이번 여름 3박4일 간 ‘‘시범 역산킨코타이’가 예정돼 있다.
마쓰다 수석연구원은 “장벽이 높은 이주가 아니라 전근이라면 시골생활을 동경하면서도 결단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지방에서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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