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개’와 ‘로봇 개’는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까.
소니가 개발한 대화형 로봇 개 ‘아이보(aibo)’를 실제 개와 함께 지내도록 해 개의 반응을 관찰·분석하는 실험이 진행됐다고 아사히신문이 31일 전했다.
실험은 두 단계로 나눠져 진행됐다. 1단계는 ‘첫 대면’으로 품종과 연령이 다른 개 13마리와 그 주인이 있는 방에 아이보를 넣었다. 그러자 13마리 중 9마리는 아이보에게 다가가 냄새를 맡았고, 특히 6마리는 엉덩이 냄새를 확인했다. 개가 엉덩이의 냄새를 맡는 것은 어떤 상대인지를 알고 커뮤니케이션을 취하려고 할 때 하는 행동이다. 아이보를 멀찍이서 바라보기만 하고 다가가려고 하지 않는 개도 있었다.
2단계는 개를 기르는 집 3곳에 아이보를 가지고 가서 2주일 간 함께 지내도록 했다. 6개월짜리 수컷 토이푸들은 첫날에는 아이보를 조금 경계하다가 주인이 아이보에게 앉아라고 지시하자 자신도 바로 옆에 와서 앉았다. 3일째에는 주인이 부르는 아이보의 이름을 이해한 듯한 모습으로, “아이보와 놀고 와”라고 하면 아이보의 귀나 꼬리를 가볍게 물게 됐다. 8일째에는 아이보에게 배를 보이면서 재롱을 부렸다.
3살짜리 수컷 잭러셀테리어는 9일째 되는 날 아이보와 똑같이 앉거나 엎드렸다. 마지막날에 “이제 작별이야”라고 전하자 아이보의 얼굴이나 등, 엉덩이까지 날름날름 핥으면서 이별을 아쉬워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개 3마리가 있는 집에선 5살짜리 암컷 시바견이 다른 개가 아이보에게 접근하자 위협하면서 쫓아냈다. 이 시바견은 4일째에는 쉬고 있을 때 아이보가 접근해도 동요하지 않았고 10일째는 완전히 아이보의 옆에 있게 됐다. 이별할 때는 앞서 잭러셀테리어와 마찬가지로 아이보의 얼굴과 엉덩이 등을 핥았다.
개들은 한 집에 살 경우 서열을 매기는 습성이 있다. 자신의 영역에 아이보가 들어와도 화를 내지 않는 등의 변화를 보인 것은 개가 아이보를 자신보다 서열이 ‘낮은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실험을 분석한 포유동물학자 이마이즈미 다카아키(今泉忠明)는 “함께 사는 존재로서 서열을 매기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마이즈미는 또 개가 아이보에 대해 동료의식이나 신경을 쓰는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 “아이보를 ‘살아있는 것’으로 인식했다”고 밝혔다. 또 개가 아이보에게 참견하고 같은 자세를 취하는 등의 행동을 한 데 대해선 “배려에 가까운 감정”이라고 분석했다. 이마이즈미는 “아이보와의 공생으로 개에 배려에 가까운 감정이 길러져, 개의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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