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젊은 층을 대상으로 의류를 대여하는 서비스가 잇따르고 있다. ‘소유’에서 ‘이용’으로 젊은 층의 소비행위가 변해가는 가운데 의류업계까지 대여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의류업체 레나운은 올 가을부터 6개월간 월정액 4800~9800엔(5만~10만원)에 정장을 대여하는 서비스를 시작한다. 4800엔 서비스의 경우 정가 6만엔대 춘하복과 추동복을 각각 2벌씩 빌려준다. 정장 4벌을 구입하면 24만엔이 들지만,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연간 6만엔만 내면 되는 셈이다. 회사 측이 세탁·보관하기 때문에 손질하는 수고가 들지 않고, 보관 장소가 필요하지 않다는 이점도 있다.
정장 전문 대기업 아오키도 지난 4월부터 신사복 렌털 서비스를 시작했다. 월 7800엔으로 양복과 셔츠. 넥타이를 빌릴 수 있다. 주문한 양복이 택배로 배달된다. 당초 2021년도로 정했던 회원수 1만명 달성 목표를 1년 앞당길 정도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
백화점업계도 움직이고 있다. 미쓰코시이세탄은 20~3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의류 대여 서비스를 내달 시작한다. 결혼식이나 ‘죠시카이(女子會·여성들만의 모임) 등 특별한 날에 입을 수 있는 10개 브랜드, 180점의 드레스를 준비했다. 요금은 2박3일에 1만5000엔~2만엔으로 신제품의 20~30% 수준이다.
앞서 2015년 문을 연 의류 대여 서비스업체 에어클로젯은 회원수가 15만명에 이르고 있다. 월 6800엔으로 매달 전문 코디네이터가 골라준 3벌의 옷을 대여해준다.
이처럼 의류 대여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젊은 세대의 소비 형태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것을 끊고, 버리고, 물건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는 ‘단샤리(斷捨離)’ 경향이 강하다. 이로 인해 ‘소유’보다 ‘이용’이나 ‘셰어(공유)’를 선택하고 있고, 공유 경제가 주거나 자동차를 넘어 일상 구석구석까지 파고들고 있다.
이런 경향이 의류 분야에도 뚜렷해지면서 기업들도 손놓고 있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실제 일본 국내에서 정장에 대한 연간 지출액은 지난 10년 간 40% 줄었다.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선 캐주얼화가 진행되면서 수만엔짜리 정장을 사는 데는 심리적 저항이 강하다. 다만 프리젠테이션이나 접대 등 정장이 필요한 경우가 있는 만큼 이런 수요를 파고들겠다는 것이다.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백화점도 마찬가지다. 최근 젊은 여성들은 옷을 사기 위해 백화점을 찾는 일이 드물고, 인터넷 의류업체나 중고매매 사이트를 활용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리기 위해 옷을 사서 입고 바로 파는 ‘원 샷 패션’ 경향까지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우선 젊은층을 백화점에서 멀어지지 않게 하는 방편으로 대여 서비스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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