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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한반도

오코노기 교수 “북한, 트럼프 임기 동안 그들 페이스로 비핵화 진행”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正夫) 게이오대 명예교수(73·사진)는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 동안 체제 보장에 응해 그들 페이스(속도)로 비핵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한반도 문제 권위자인 오코노기 교수는 17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체제가 보장되면 비핵화하겠다는 북한 논리대로여서 북한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다”면서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다만 “완전한 비핵화가 될 지는 최후까지 모른다”며 “일부 핵은 위협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남북 공존체제가 확실해졌을 때 포기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근경(近景)으로 보느냐, 원경(遠景)으로 보느냐의 문제다. 하지만 정상끼리 만나 비핵화 토대를 만들고 출발점을 확인했다.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확인한 의의는 상당히 크다.”
 -구체적인 비핵화 과정이 담기지 않았다.
 “북한이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약속하면 ‘V’, 즉 사찰이 문제가 된다. 전문가들이 어디까지 손대는지는 (향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실력에 달렸다. 다만 대가가 필요하다. 종전 선언, 평화협정 체결,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지가 갖춰지면 어느 정도 검증이 가능해질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걸 받아들였다.
 “2005년 6자회담 공동성명이 더 낫다는데 그때는 북한의 핵·미사일이 완성되지 않았다. 북한 같은 작은 나라가 미국 본토에 달하는 미사일을 갖게 된 충격은 무척 컸다. 미국에겐 그걸 막아야 한다는 ‘약함’이 있었다. 그렇다고 회담을 취소하면 군사적 긴장이 높았던 작년 상황으로 돌아가는 건데,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그럴 수는 없었다.”
 -북한의 승리라고 할 수 있나.
 “북한 페이스대로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도 약점이 있다. 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상황이 길어지면 북한에도 좋지 않다. 그러니까 비핵화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 결국 ‘행동 대 행동’으로 돌아간 거다.”
 -북한이 향후 어떻게 나올 것으로 보나.
 “어떤 속도로, 어디까지 할 지는 모르지만 미국의 체제 보장에 응해 비핵화를 진전시킬 것이다. 남한과 공존하고. 미·중 균형을 취하면서 개혁·개방 노선으로 갈 것이고, 일본과 국교정상화로 경제 협력도 얻으려 할 것이다. 건국 70주년인 9월9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에 초대할 지도 모른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주요 비핵화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중간선거까지 상징적인 비핵화를, (2020년) 대통령 선거까지는 되돌리기 어려운 주요 부분에 대해 비핵화를 할 것이다. 그 이상 시간을 끄는 것은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있다.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이 있을 동안 국교 정상화까지 하려는 게 목적이다. CVIG(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보장)를 원하는 거다. 시간이 없으니까 척척 할 지도 모른다.”
 -향후 비핵화는 어떻게 진행해야 하나.
 “이상적으로는 CVID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검증가능’이다. 북한이 전체 핵 시설을 신고하고 그걸 검증하는 형태로 폐기하는 것이다. 비핵화 진전에 따라 제재를 완화해가야 할 것이다.” 
 -중국은 벌써 제재 완화를 말하기 시작했다.
 “간단히 못할 거다.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깨는 거고, 미·중 관계가 위험해진다.”
 -한·미 훈련의 일시 중지 방침을 두고 우려가 있다. 
 “한국과 일본에 미군을 전개하고 북한을 몰아붙이는 식이면 평화는 언제까지 오지 않는다. 한·미 훈련은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에 의해 최대한 확대된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를 향해 움직이면 어느 정도 축소는 피할 수 없다.” 
 -이번 회담이 남북 분단이나 동아시아 체제에 어떤 의미가 있나.
 “한반도 시스템의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비무장 지대를 경계로 나눠졌던 분단 체제가 애매해진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미국과 적대관계가 끝나 중대한 변화가 일어난다고 했다. 한반도는 데탕트(긴장 완화)의 입구에 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일본은 북·일 정상회담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일본도 비핵화가 진전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거다. 북한도 대일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한다. 일본의 경제협력은 한국과는 다르다. 거의 배상으로 무료로 들어가니까 북한에 매력적이다. 다만 북한을 둘러싼 국제상황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좀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