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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한반도

대북 대화 모색하는 ‘납치의 아베’...“여론 역풍' 가능성도

 일본이 북·일 정상회담을 포함한 북한과의 직접 협상을 모색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가 제기된 것을 계기로, 대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정세에서 ‘패싱(소외)’당하지 않겠다는 위기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의 기대대로 될 지는 불투명하다. ‘납치의 아베’를 자임해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베 총리는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북·미 정상회담 내용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문제가 공동성명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납치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원을 받으면서 일본이 북한과 직접 마주해 해결해야 한다”고 북·일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재확인했다. 김 위원장이 납치문제에 대해 어떤 말을 했는지에 대해선 “지금 단계에선 상세하게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과의 직접 협상을 본격화할 태세다. 일단 오는 14~15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서 외무성 참사관급이 북한 당국자와 접촉할 예정이라고 13일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경찰청 출신의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내각정보관을 수장으로 하는 정보기관 루트를 통해 북한과 물밑 협의도 진행할 방침이다. 아베 총리는 최근 “스테이지(단계)가 바뀌었다.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길을 슬슬 보고 싶다”고 내각관방 납치문제대책본부 간부들을 독려하는 일이 늘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다만 북한이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13일 북·미 정상회담 소식을 상세하게 보도했지만, 납치 문제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납치 문제에 대한 북·일 간 간극이 메워질 지도 불투명하다. 일본은 ‘정부가 인정하는 납치피해자 12명 전원의 즉시 귀국’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8명은 사망, 4명은 입국하지 않았다’면서 납치 문제가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만약 북한이 일본의 기대와 달리 ‘일부 생존’이라고 응답할 경우, 아베 총리는 ‘한 명이라도 더 귀국’을 우선할 것인지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또 대가로 거액의 대북 경제지원이 이뤄질 경우 여론의 환영 분위기도 식을 수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망했다.
 ‘재팬 패싱’ 우려도 여전히 남아 있다. 도쿄신문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인 조치에 나서 국제사회가 제재 완화로 기울 경우, 납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본만 고립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연임을 노리고 있다. 그 전에 납치 문제에서 일정한 성과를 내고 싶다는 게 솔직한 속내다. 하지만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국난’이라고 부르면서 위기감을 부채질하고, 강경 일변도의 대북 정책을 주창해온 그의 급선회가 연착륙으로 이어질 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