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나도 좋다”고 말했다고 산케이신문이 14일 보도했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는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전하면서 “김 위원장의 의향에 대해서는 지난 12일 당시 미국 정부로부터 복수의 경로로 일본 정부에 전달됐다고 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에 따라 북·일 정상회담의 본격 조율에 들어갔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가 제기된 것을 계기로 일본 정부가 북·일 정상회담의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산케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면 경제 제재는 풀리지만, 본격적인 경제 지원을 받고 싶다면 일본과 협의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김 위원장에 설명했다. 또 “아베 총리와 납치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지원에는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케이는 “이런 설명을 들은 김 위원장이 아베 총리와의 회담에 긍정적 자세를 보였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회담 중 북한 측은 ‘납치문제는 이미 끝난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한 번도 나타내지 않았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산케이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북·미 간 물밑 절충에서도 북한 측은 북·일 협의에 긍정적 자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이날 “북·미 정상회담이 부상한 지난 봄 이후 북·일 정부관계자 간 물밑 교섭이 수 차례 이뤄졌다”면서 “납치 문제 해결 등에 대한 사전 교섭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가 8월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회담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 방안이 어려우면 9월 중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 때 김 위원장과 회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전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전날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간사장 대행을 면담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납치 문제를 제기했을 때 김정은 위원장이 ‘이미 해결된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북한은 그동안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이미 해결된 사안’이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산케이 보도대로라면 김 위원장이 납치 문제 등과 관련한 북·일 간 직접 대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셈이다. 하지만 앞서 김 위원장이 납치 문제에 대해 “일본은 왜 직접 언급하지 않느냐”는 취지로 말했다는 보도도 나온 만큼 김 위원장의 의향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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