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실현되기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에는 치열한 ‘밀고 당기기’가 이어졌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17개월 동안 북·미 관계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말 대 말’ 대결은 군사적 위협으로 치달았고, 대화 국면으로 급반전돼 정상회담을 약속하고도 쉽사리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두 정상 간 응수는 2017년 1월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부터 시작됐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미 본토를 타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준비가 끝났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트위터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해 5월 “그와 만나는 것이 적절하다면 전적으로 영광스럽게 할 것”이라고 직접 대화 가능성도 언급했지만, 양측 간엔 냉기가 흘렀다.
특히 북한이 7월 ICBM급 ‘화성-14형’을 연거푸 쏘아올리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9일 “북한은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대북 군사옵션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북한은 9월3일 6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미국 주도로 대북제재 결의안을 의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달 19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로켓맨이 자살임무 중”이라면서 “미국과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이틀 뒤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늙다리 미치광이” “불망나니” “깡패” 등의 표현으로 격하게 비난했다.
두 정상 간 대립은 올초 ‘핵 단추 설전’으로 극에 달했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핵 단추가 항상 책상 위에 있다”고 언급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가 가진 것보다 더 크고 강력한 핵 버튼이 있다”고 맞받았다.
분위기가 급반전한 것은 두 달 뒤였다. 3월8일 남한 대북특사단이 김 위원장의 ‘조속한 만남’ 희망을 전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5월 안에 만나겠다’고 전격 호응한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은 지난 3월31일~4월1일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면담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9일 “5월 말 또는 6월 초 만날 것”이라며 회담 시점을 처음 밝혔고, 같은달 24일엔 김 위원장에 대해 “매우 많이 열려 있고 훌륭하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2차 방북했던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3명과 함께 돌아오자 ‘6월12일 정상회담’을 발표했다. 이에 북한은 이틀 뒤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똑똑하고 정중한 몸짓”이라고 화답하면서 회담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순풍이 부는 듯했던 두 정상 사이는 또다시 파란에 휩싸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공개서한을 통해 정상회담 취소를 전격 발표한 것이다. 그러자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다음날 ‘위임에 따라’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 정상회담은 재추진 쪽으로 기류가 다시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은 뒤 6·12 싱가포르 회담 개최를 공식화했다.
지난 17개월여 간 우여곡절 끝에 두 정상은 12일 처음 마주하게 된다. 과연 ‘빅딜’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후속 회담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두 사람의 ‘밀고 당기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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