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 먹었습니까?” “먹지 않았습니다(빵은 먹었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관여 의혹을 받고 있는 ‘사학 스캔들’을 둘러싼 정부 대응을 빗댄 ‘밥 논법’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고 29일 아사히신문 등이 전했다.
‘밥 논법’은 ‘아침밥을 먹었느냐’는 질문에 빵을 먹었으면서도 ‘쌀밥’에 대해 질문받은 것처럼 논점을 흐려 ‘먹지 않았다’고 강변하는 논법이다. 노동문제 전문가인 우에니시 미쓰코(上西充子) 호세(法政)대 교수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소개하자 모리토모(森友)학원과 가케(加計)학원 특혜 논란에 딱 맞아떨어진다는 공감이 확산되고 있다.
야나세 다다오(柳瀨唯夫) 전 총리비서관의 지난해 7월 답변이 전형적이다. 야나세 전 비서관은 당시 “(가케학원 문제로) 이마바리(今治)시 직원과 만났냐”는 질문에 “직원과 만난 기억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달 가케학원 관계자와 에히메(愛媛)현, 이마바리시 직원과 면담한 문서가 나오자 그제서야 가케학원 관계자와 접촉했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7월에는 학원 관계자와 만난 사실은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아베 총리도 ‘밥 논법’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는 친구인 가케학원 이사장과 면담했다고 기록된 에히메현 문서에 대해 “그날 만나지 않았다. 만일을 위해 관저 출입 기록을 조사했지만 확인할 수 없었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같은 날 “(관저 출입 기록은) 업무 종료 후 즉시 폐기 처리되므로 남아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출입 기록이 존재하지 않아 확인할 수 없었는데도 마치 ‘기록이 존재해 확인했지만 면담 기록은 없었다’는 식으로 ‘인상 조작’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금까지 에히메현 문서에 대해 “나로부터 직접 의뢰나 지시를 받은 사람은 없다는 것은 분명해지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면담 사실을 묻고 있는데 관여가 없었다는 자세는 ‘밥 논법’에 빗댈 수 있는 것이라고 아사히신문은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전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의에서도 “한 점의 의혹도 없다”는 국가전략특구 워킹그룹 좌장의 말을 인용했다. 이를 두고 “아침밥이 화제인데 점심밥 얘기를 한 것”이라고 도쿄신문은 지적했다. 또 이해관계자인 가케 이사장과 만나 식사를 대접받는 게 문제가 없냐는 질문에 “특별히 야키니쿠(고기 구이)를 얻어먹고 싶어서 그런 것(특혜)을 한다는 건 생각할 수 없다”고 논점을 흐렸다.
우에니시 교수는 “밥 논법을 통해 국회 질의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전할 수 있게 됐다. 비겁한 것은 그런 답변으로 국회나 국민을 우롱하고 있는 정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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