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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베 총리 또 궁지...‘까도 까도 끝이 없는 사학 스캔들’

 ‘까도 까도 끝이 없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권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스캔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아베 총리가 자신의 오랜 친구가 이사장인 가케(加計)학원의 수의학부 신설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학 스캔들’이 또 불거졌다. 아베 총리가 3년 전 문제의 이사장과 면담해 수의학부 구상을 들었다고 기록된 문서가 공개된 것이다. 이는 그간 아베 총리의 주장을 뒤집는 내용이어서 사실로 드러난다면 아베 정권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에히메(愛媛)현은 2015년 2월25일 가케학원의 가케 고타로(加計孝太郞) 이사장이 아베 총리와 15분 정도 면담, 에히메현 이마바리시에 수의학부를 설치하는 구상을 설명했다는 내용이 담긴 내부문서를 전날 국회에 제출했다. 이 문서에는 설명을 들은 아베 총리가 “새로운 수의대학 (신설) 생각은 좋네”라고 답한 것으로 나와 있다.
 또 같은해 3월에는 가케 이사장과 아베 총리의 면담에 따라 야나세 다다오(柳瀨唯夫) 전 총리비서관이 자료 제출을 지시했다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문서 내용은 가케학원의 수의학부 신설 계획을 2017년 1월 처음 알았다고 답해온 아베 총리의 그간 발언과 배치되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금까지 가케 이사장에 대해 “내 지위를 이용해 뭔가를 이루려고 한 것은 한 번도 없으며, 수의학부 신설에 대한 상담이나 의뢰도 일체 없었다”고 답변해왔다. 또 지난해 1월20일 가케학원이 국가전략특구 사업자로 선정됐을 때 수의학부 신설 계획을 처음 알았다고 주장해왔다.
 이 문서는 가케학원 측이 에히메현 측에 보고한 내용을 현 직원이 기록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 문서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는 이날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을 만나 “문서에서 지적된 날에 가케 이사장과 만난 적 없다. 혹시 몰라 (총리) 관저의 기록을 살펴봤어도 (면담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전날 저녁 문서가 공개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총리 관저를 빠져나갔다. 
 가케학원 측도 “2015년 2월에 이사장이 아베 총리를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야당은 “한 나라의 총리가 국민에게 계속 거짓말을 해왔다”(쓰지모토 기요미 입헌민주장 국회대책위원장)면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야당은 야나세 전 총리 비서관과 가케 이사장을 국회에 증인으로 부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여권은 “앞으로 국회 심의에서 의문이 남지 않도록 확실히 대응할 것”(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이라면서 의혹을 뭉개고 갈 태세지만, 사건의 추이를 불안하게 지켜보는 모습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3월부터 모리토모(森友) 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과 재무성 문서조작 의혹, 가케학원 수의학부 신설 특혜 의혹, 재무 차관의 성희롱 의혹 등 각종 스캔들에 시달리면서 지지율이 급락했다. 다만 이달 초 ‘골든 위크’ 연휴 이후 각종 의혹들이 유야무야되고, 한반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등의 이유로 지지율이 조금씩 반등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좀 잠잠해지는가 싶었던 사학 스캔들과 관련, 새로운 의혹이 또다시 터져나오면서 지지율 회복을 낙관할 수 없게 됐다. 아베 정권의 각종 불상사에 집권 자민당 내에서도 “지긋지긋하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아베 총리는 “고름을 다 짜내겠다”고 말했지만, 자고 일어나면 또다른 ‘고름’이 터져나오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