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제/한반도

"북한 핵 포기, 평화체제 구축 시간표에 맞춰야...미 강경파들이 합의 옮기려 해"

 ·북한 논리 대변 리병휘 조선대 교수, “북의 강경 자세는 북·미 쌍방이 합의 선을 지키자는 것”
 ·“미국 동아시아 군사체제 손댈 필요…미 군부 불만 억누르지 못하면 회담 안될 수도”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가 운영하는 조선대학교의 리병휘 준교수(46)는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결정에 대해 “북한이 동시·단계적, 미국이 단기간·리비아식으로 나오면서 상호 절충점을 찾으려다 ‘타임오버’가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내에서 북한 측 논리를 대변해온 리 교수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양측이 대화 노선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 중지가 아니라 연기”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북한의 핵 폐기 후 체제 보장 우려를 미국이 얼마나 받쳐주느냐가 중요하다”면서 “북한이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미국이 외교적 수를 써야 하고, 중국과 한국도 중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리 교수는 지난 23일 대면 인터뷰에서 “북한 핵 포기는 평화체제 구축 시간에 맞춰야 한다. 평화체제 구축 전에 핵 포기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북한이 단기간에 핵을 포기해야 한다면 미국도 같은 속도로 한국전쟁 종결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취소됐다.
 “정상회담이 예정된 6월12일까지 사전협의를 끝내지 못할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여지를 남겼고, 북한 측 반응도 빨랐다. 양측이 대화 노선을 벗어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좀더 시간을 두고 해나가자는 거다.”
 -다시 긴장 국면으로 돌아갈 우려는 없나.
 “트럼프가 군사력을 언급했지만, 그 말은 지난 1월 이후 대화 국면에서 놓쳐본 적이 없다. 트럼프도 11월 중간선거가 있고, 북한도 정권수립일인 9·9절이 있어 가급적 그 전에 성사시켜야 한다. 대화판을 깨면 다시 2017년 국면으로 되돌가는 건데 군사적 긴장은 서로에게 이득이 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절충안을 내놓을 것이다.”
 -절충안을 어떻게 도출해낼 수 있나.
 “북한이 핵 폐기 후 리비아의 카다피처럼 되지 않을까 겁내는 것을 안심시켜줘야 한다. 오는 8월 한·미 군사훈련에 대해 미국이 약간의 양보를 보이면 평양에 신뢰감이 조성될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의 중재 역할도 중요하다. 중국은 평양에 핵 우산을 제공하겠다고 하고, 한국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도록 담보하는 등 동시적으로 안전보장체제를 갖춰주지 않으면 안된다.”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기가 쉬울까.
 “양측이 5월 들어 말 대 말 싸움을 했다. 이제 ‘쿨 다운’ 할 거고, 그러면 나쁜 기류는 수정되지 않을까. 물밑 교섭이 어떤 형태로든 시작될 것이고, 그 결과를 봐야 한다. 7월까지 잘 풀리지 않고 한·미 군사훈련을 맞이하면 복잡해진다.”

 다음은 23일 인터뷰.
 -트럼프 대통령은 단계적 비핵화도 시사했다.   
 “미국의 관심사는 북의 완전 핵 포기다. 그럼 미국이 뭘 해주냐. 전쟁 종결과 평화협정 체결이다. 그런데 물리적으로 평화체제 구축에는 시간이 걸리고, 그렇다면 북한 핵 포기도 거기에 맞춰야 한다는 거다. 평화가 해결되기 전에 핵 포기는 받아들일 수 없다. 미국 측도 북한 핵 포기시키고 싶으면 질질 끌지 말고 평화협정에 나서야 한다. 단계론은 필연적이다. 리비아식으로 선 핵포기, 후 보상으론 대화가 성립 안된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는 시각이 있다. 
 “북한은 1991년 소련 붕괴와 중국의 한국 국교로 핵 우산을 잃고 미국의 핵 위협이 커졌다. 미국이 평화협정을 응하지 않으니 핵무장을 선택했다. 미국의 핵 위협 제고되면 핵을 가질 필요가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경제중시론자다. 경제 발전하려면 한국전쟁 종결하고 평화 실현해야 한다. 미국과 정상국가 관계 되면 외국 자본이 들어와 인프라 만들지 않겠나. 미국이 이걸 치지는 않을 테니까 그때서야 핵에 의존하지 않는 안보체제가 완성되리라 본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제제 때문 아닌가.
 “제재 때문에 핵을 포기한다는 건 유치한 논리다. 핵을 미국으로 겨냥하는 순간 경제 압박이 발동된다는 것은 다 안다. 김 위원장은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 계산해 타임테이블을 짰을 거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가 쇼라는 지적이 있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갱도 몇 개 쓸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 우려를 충분히 알면서 서방에 공개해 풍계리가 어떤 곳이었고, 비핵화 의지를 진실하게 보여주려는 것이다.”
 -북한이 최근 강경자세를 취하는 이유는.
 “직접적 발단은 한·미 연합공중 훈련 ‘맥스선더’지만, 배경에는 미 공화당의 보수적 발언, 이 의사를 한 데 모아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굉장히 강압적으로 나오면서 북·미 회담의 ‘허들’을 일방적으로 높인 데 있다. 북한은 큰 것은 일치를 보고 작은 것은 뒤로 하겠다고 했는데 미국이 성의를 훑어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원색적인 요구를 내놓으니까 북한도 (집단탈북) 종업원 돌려달라든지 봉인해왔던 주장을 풀어낸 것이다.”
 -북·미 회담이 예정대로 이뤄질 것으로 보나. 
 “회담을 없애는 선택지가 회담을 하는 것보다 쌍방의 리스크가 크다. 몇 가지 이견이 있는데 가장 큰 건 이미 가진 핵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다. 리비아식이냐, 동시·단계적으로 하느냐 절충안을 찾아내야 한다. 단기간에 핵 포기해야 한다면 미국도 그와 같은 속도로 한국전쟁 종결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전쟁 종결하려면 미국의 동아시아 군사체제를 손대야 하고, 이에 대한 군부 불만을 트럼프가 억누리지 못하면 회담이 안될 수도 있다.”
 -북한이 원하는 체제안전보장 조치는.
 “북한을 무너뜨리려 하거나 직·간접적 작용을 가하는 적대시를 하지 말라. 북한 인민이 선택한 정권·정치 형태를 인정하라는 거다. 종전 선언, 평화체제 전환 교섭, 경제제재 해제, 국교 정상화다. 북한에선 불가침 조약 맺자는 얘기도 한다. 이런 요소들을 패키지로 미국이 체결해주고 기간까지 꾸리면 트럼프가 요구하는 시기에 핵 포기까지 할 수 있다는 거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 평가를 받으려면.
  “최소한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 북·미 평화체제 구축, 상호주권 존중과 평등 원칙이 들어간 포괄 합의가 나와야 한다. 핵 포기 방식과 평화협정 전환 절차를 연계시키면서 향후 공정표까지 나오면 100점 아닐까.”
 -대량파괴무기 폐기나 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한 비가역적 비핵화(PVID)는. 
 “북한이 절대 못받는다. 군사시설 다 사찰하겠다는 것은 군사주권 침해다. 어떤 나라도 받아들이지 않을 거다.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생화학무기를 보이라는 것으론 대화가 성립되지 않는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에 어느 정도 신뢰를 갖고 있나.
 “김 위원장과 당 수뇌부의 문 대통령에 대한 믿음은 역대 어느 정권보다 클 거다. 문 대통령과는 대화가 잘 된다는 담보가 있으니까 2017년 시간표 따라 핵 개발하고 이제 끝났으니까 대화 하자고 제안한 거다. 그게 남북 고위급 회담, 평창올림픽, 판문점 선언까지 가게 된 거다. 최근 왜 남쪽과의 대화 차버렸냐는데 최악의 경우 북·미 회담 결렬되고 2017년 국면으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도 있으니까 남쪽과 화해 무드는 일단 억제한다는 판단 내린 듯하다.”
 -북한은 남한을 북·미 관계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건가.   
 “북한에 남한은 통일 파트너다. 6·15나 10·4 선언을 북한이 어겼다는데 북한에서 보면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미국과의 관계다. 남북이 접근하면 미국이 반드시 쇄기를 박으려 한다. 남북이 화해·통일을 향해 이미 한 합의를 이행하려면 미국 개입을 막아야 한다. 미국과 잘하기 위해서 남쪽을 이용하려는 게 아니라 남북이 평화로 가기 위해선 미국과 결정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최근 중국과의 관계복원을 서두르고 있는 것 같다.
 “중국에게 한반도는 미국과 관련한 동쪽 입구니까 어떤 형태로든 관여하겠다는 거다. 북한으로선 북·중 간 복잡한 관계가 생겨도 대미 공동전선에는 손을 잡는 전통을 중국이 깼다고 비판해왔지만, 막상 미국과 대화하자고 할 때 중국의 역할이 필요하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데는 체결당사자인 중국의 참여가 필요하고, 외교에서도 미국과 막혔을 때 중국 도움이 필요하다. 중국의 불만은 북한의 핵 개발이니까 핵을 포기한다면 북·중 간 알력이 풀리는 거다. 한편으로 북이 핵을 포기하면 의존할 게 중국 핵밖에 없다. 1961년 북·중 조약에는 유사시 모든 힘을 다해 서로를 지켜준다는 조항이 있다. 결국 북·중 간 핵 우산 부활 의미도 있다고 본다. 평양으로서도 마지막 안전장치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어느 선까지 생각하나.
 “2016년 7월6일 북한 성명은 남한 핵무기 검증, 전략자산 들여오지 않을 것, 핵 공격 말 것, 주한미군 철수까지 말하고 있다. 다만 주한미군 철수는 김정일 시대에도 양보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과 힘의 균형 생각해서라도 적대적이지 않으면 관계없다는 입장 나올 거다. 문제는 핵 자산 투입 문제로, 한국의 핵우산까지 치우라는 거지만 한반도 완전비핵화는 이상주의다. 핵우산 제공 그만두라는 건 비현실적이다. 북한은 중국의 핵우산, 남한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 서로 상쇄하면서 평화가 유지되는 게 최선은 아니지만 현실적이다. 이게 새로운 게 아니고 1990년대 이전 질서로 되돌아가자는 거다. 비판받을 수도 있지만, 이상은 추구해야 하지만 비약은 못하는 거다. 핵 대 핵 균형으로 전쟁을 못하는 상황을 담보하고 그 다음 이상으로 나가는 과정을 생각해야 한다.”
 -판문점선언에서 연내 종전선언을 약속했다. 적절한 종전선언의 시기는 언제라고 보는가. 
 “미국도 일단 종전선언에 축복을 보냈으니까. 북·미 회담이 잘돼 휴전일인  7월 27일 하면 이상적이다. 북한도 조기 종전선언이 바람직하다. 북한 주민에게 김정은 리더십을 과시할 수 있다. 선대 지도자들이 못해낸 일이니까 체제 강화에 이보다 좋은 거 없다.”
 -동아시아 미군 재편 문제는 일본의 안보와도 연관된다. 
 “일본 정부는 미국은 물론 유엔사와 지위협정을 맺고 있다. 한반도 유사시 미국과 다국적 군대가 한반도와 중국에 전개하기 위해선 이 협정이 무척 중요하다. 그런데 1975년 유엔사 해체안 나오니까 일본은 군대를 자체적으로 갖고 미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헌법개정 논의가 현실화했다. 평화협정으로 일본은 역설적으로 군사우경화에 박차 가해나갈 수도 있다. 북한 미사일 이유로 군사력 강화하고, 이제는 유엔사 없어지니 군사력 강화해야 한다고 한다. 일본은 동아시아 평화 프로세스 속에 헌법 9조나 비핵 3원칙, 평화운동 성과를 잘 발휘해 독자외교 하면 좋은데 정반대쪽으로 한다.”
 -일본은 납치 문제 해결 없이는 북·일 정상회담이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가 전원 생환 해결이라는 구조를 만들어 이게 여론에 깊숙이 침투해 영원히 풀지 못하게 됐다. 그러니까 납치 문제가 지속되고 북한은 영원히 적국이다. 이걸 이용해 헌법 9조 개헌론이나 안보법제를 해온 게 아베 정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