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어디 숨었나?’
지난 8일 일본 한 교도소에서 탈옥 사건이 벌어진 지 보름이 지났지만 탈옥수의 행방이 오리무중이다. 현지 경찰이 연인원 1만명을 투입해 탈옥수가 숨어든 섬 일대를 샅샅이 뒤지고 있지만, 좀체 추적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섬에 숨어있는 거 맞나”라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
22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 8일 에히메(愛媛)현 이마바리(今治)시 마쓰먀아(松山)형무소의 작업장에서 절도죄 등으로 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히라오 다쓰마(平尾龍磨·27)라는 남성이 탈옥했다. 경찰은 교도소에서 100㎞ 정도 떨어진 히로시마(廣島)현 오노미치(尾道)시 무카이시마(向島) 섬에서 도주 차량을 발견했다.
경찰은 히라오가 본토로 이어진 연륙교를 건너지 못한 것으로 보고 무카이시마를 중심으로 수색을 벌이고 있다. 섬 밖으로 나가는 도로에는 24시간 검문 태세가 이어지고 있고, 페리 선착장에도 경찰관이 눈을 부릅뜨고 있다.
실제 무카이시마에선 히라오의 흔적이 발견됐다. 주택에 들어가 지갑이나 양말, 샌들 등을 훔쳐가고 주차된 차에서 현금을 가져간 정황이 포착됐다. 훔쳐간 물건들 주변에선 히라오의 지문이나 DNA가 검출되기도 했다. 그는 심지어 자동차를 훔친 뒤 “차를 빌려가지만 망가뜨리지 않겠다”는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3일을 마지막으로 절도 피해는 확인되지 않고, 히라오의 자취를 찾을 수 있는 단서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히로시마현경은 “탈옥수와 꼭 닮은 남자를 봤다”라는 신고가 약 300건 들어왔지만, 유력한 물증은 얻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동원된 경찰은 총 1만명. 하루 최대 1200명이던 경찰도 4500명까지 늘었다. 21일에는 경찰견을 최대 16마리를 투입했다. 22일에는 소방수 300명이 더 투입돼 무카이시마와 다리로 연결된 인근 이와시지마(岩子島)까지 수색을 벌였다.
무카이시마는 22㎢의 면적에 약 2만2000명이 살고 있다. 삼림이 면적의 40%를 차지하는 데다 빈 집만 1000채가 넘어 몸을 숨길 장소가 많다. 지형의 기복이 심하기 때문에 헬리콥터나 드론으로 상공에서 탈옥수를 발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집주인의 허락을 얻어 빈 집을 조사해도 수색 후 다시 빈 집에 들어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같은 장소를 반복해서 확인하는 ‘끝없는 수색’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히라오가 절도죄로 체포될 당시 산에서 1개월 이상 숨어지냈던 경험이 있어서 이런 식의 도주에 익숙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탈옥수의 행방이 보름째 오리무중이다보니 바다를 헤엄쳐 본토로 달아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섬에서 본토까지의 거리는 가장 가까운 게 200m 정도다. 하지만 “조류의 흐름이 빠르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견해가 적지 않다. 히로시마현 경찰 간부는 “섬 안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있는지 어떤지는 솔직히 모르겠다”면서 “다만 섬밖으로 나갔다는 증거가 없는 한 수색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장기화되는 수색에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법무성은 섬에 있는 모든 보육원, 유치원, 초·중학교에 교도관을 배치해 하루 종일 경계를 하고 있다. 초등학생 아이 2명을 가진 한 여성은 “매일 아이들을 학교로 데려가고 맞이하러 간다”면서 “아이들도 절대 밖에 나가지 않도록 하고 있어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지난 30년간 탈옥 사건이 13건 있었지만, 탈옥수는 모두 체포됐다. 가장 길었던 탈옥기간은 1년 2개월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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