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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베의 '폭탄' 아소....'외교 이벤트'에도 추락하는 지지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 때문에 곤경에 처했다. 미·일 정상회담이라는 ‘외교 이벤트’마저 아소 부총리가 수장인 재무성의 성희롱 의혹에 묻혀 지지율 추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소 사임을 요구하는 야당의 공세도 거세다. 그렇다고 ‘맹우(盟友)’ 아소를 내치자니 정권 자체가 무너질 수 있어 ‘아킬레스건’을 껴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23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마이니치신문의 21~22일 여론조사 결과 아베 내각 지지율은 직전 조사(3월16~18일) 때의 33%에서 3%포인트 하락한 30%였다. 그 이전 조사(2월24~25일)의 지지율 45%를 감안하면 두달 사이 15%포인트나 빠졌다. 일본 정계에서 사퇴 수준으로 보는 ‘위기 수역’ 20%대 직전이다. 요미우리신문의 20~22일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은 직전 조사(3월31일~4월1일) 때보다 3%포인트 하락한 39%였다.
  아베 정권은 미·일 정상회담과 한·중·일 정상회담 등 ‘정상외교 이벤트’로 정권을 부양하겠다는 의도였다. 아베 총리도 “주변에 4월이 되면 국면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실제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2015년 11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2016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2017년2월) 등과 정상회담 뒤 지지율이 3~5%포인트(요미우리 조사 기준) 올랐다. 하지만 이번엔 ‘외교 이벤트’도 지지율 추락에 브레이크를 걸지 못한 것이다.
 후쿠다 준이치(福田淳一) 재무성 사무차관의 여기자 성희롱 파문이 신문과 TV를 온통 도배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건을 덮는 데 급급했던 아소 부총리의 책임론이 떠오른 상황이다.
 아소 부총리는 “(피해 당사자가) 신고를 위해 나서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등 후쿠다를 감쌌다. 심지어 아사히TV의 항의문을 두고 “좀더 큰 글씨로 쓰는 편이 보기 쉽다”고 답해 빈축을 샀다. TV 와이드쇼에선 이런 와중에 지난 19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을 위해 마피아처럼 중절모를 삐딱하게 쓴 채 출국하는 아소 부총리의 모습을 집중 보도했다. 한 프로그램은 그가 30만엔(297만원) 정도 하는 고급 맞춤양복을 3개월에 2~3벌씩 주문한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와 마이니치 조사에서 ‘아소 부총리가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은 각각 51%와 50%였다. 야당은 아소 부총리의 사임 없이는 국회 일정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아베 총리가 내세운 ‘일하는 방식 개혁’ 국회에 ‘황신호’가 켜졌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일각에선 재무성이 조만간 문서조작 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 아소 부총리가 사임하는 게 아니냐는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아베 총리로선 쉽지 않은 선택지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아소 부총리는 아베 정권의 중추이자, 아베 총리의 총재 3연임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무엇보다 아소 부총리가 낙마하면 그 다음은 아베 총리다.
 아소 부총리는 ‘막말 제조기’로 불린다. 아베 정권은 언제 또 터질지 모를 ‘폭탄’을 껴안은 채 당분간 험난한 정권 운영을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