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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론-야스' 관계를 재연하라... 트럼프 찾아가는 아베의 '조공외교'


 “‘론과 야스’의 관계처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9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2박3일간의 방미 일정에는 골프 라운딩과 별장 만찬까지 예정돼 있다. 트럼프를 달래기 위한 ‘선물 보따리’도 준비했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총리 때의 미·일관계를 재구축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양국 정상은 서로를 ‘론’ ‘야스’라 부를 정도로 밀월관계를 구가했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 ‘조공외교’ 논란까지 일으킨 선물·골프 외교가 얼마나 주효할지는 미지수다.

■ 2박3일간의 선물·골프 외교
 아베 총리는 10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이후 에어포스원을 함께 타고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소유의 마라라고 리조트로 이동, 11일 골프를 즐길 예정이다. 아베는 이번 회담에서 미·일동맹과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9일 회견에서 “의견을 솔직히 나누고, 두 정상 간 개인적인 신뢰를 쌓아 흔들림 없는 미·일동맹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는 이번 회담에서 ‘선물 보따리’를 풀면서 대일 무역적자와 환율조작, 주일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 등 양국 간 긴장을 해소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공적연금 적립금의 미국 인프라 투자, 로봇·인공지능 분야 공동연구 등을 통해 70만명의 고용을 창출할 ‘미·일 성장·고용 이니셔티브’를 제안할 방침이다. 통상정책과 경제협력을 논의하는 장관급 협의체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미에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도 함께한다. AP통신은 아베의 ‘선물 전략’이 1980~1990년대 미·일 무역전쟁 당시 대응책을 업데이트한 것으로, 패키지 제안들을 통해 일본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미국의 요구를 피하는 ‘대리보상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 ‘조공외교’ 논란 속 득실은
 그러나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가 정상회담 테이블에 어떤 주제를 올려놓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일본 관리와 전문가들조차 트럼프의 ‘예측불가능성’을 우려한다. 아사히신문은 8일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 후보의 지난해 논문 ‘트럼프 무역 독트린’을 필사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럴드 커티스 미 컬럼비아대 명예교수는 아사히신문에 “트럼프는 부동산 거래처럼 자신의 요구를 최대한 관철시키려 할 것”이라며 “카드를 전부 내보이면 더한 요구를 해올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와의 ‘밀월’이 역풍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반이민 행정명령으로 세계의 비판을 받는 트럼프와 지나치게 접근할 경우, 당장 이란 인프라 투자와 자원외교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여론은 찬반으로 갈려 있다. 일본의 안보와 경제를 위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아베 주변에서조차 ‘조공외교’라는 말이 나온다.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공산당 위원장은 “아베 수상은 회담 전부터 공물 목록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이니치신문은 8일 논설에서 “과거 일본 총리가 바뀌면 미국 대통령을 만나기 전 먼저 미국이 좋아할 법안을 통과시키곤 했다”면서, 막부 시절 지방 영주들이 에도에 올라와 머물러야 했던 ‘산킨코타이(參勤交代)’에 빗댔다. 신문은 “이번 방문을 산킨코타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지만, 오로지 트럼프를 화나게 하지 않는 것만 우선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