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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잡스도 시리아 이민자 아들" 트럼프에 반기 든 미국 IT기업들

 

 “트럼프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은 미국의 다양성을 해치고, 비즈니스와 혁신, 그리고 성장에 중대한 해악을 끼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슬림 입국 금지’ 행정명령에 ‘정보기술(IT) 공룡들’이 반대 진영으로 똘똘 뭉치고 있다. 6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연방항소법원에 제출된 행정명령 반대 의견서에 이름을 올린 기업이 130개 가까이 된다. 애플, 페이스북, 구글, 이베이,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트위터, 테슬라, 넷플릭스, 우버 등 IT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지난달 15일 트럼프와 업계 대표들 간 ‘IT 서밋’ 때만 해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이들이 트럼프의 대척점에 서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반이민 행정명령이 세계 각국의 두뇌를 흡수해 혁신과 성장을 이뤄낸 이들 기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혁신을 주도해온 주역들 중에는 유독 이민자 출신이 많다.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시리아 이민자의 아들이었고,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러시아에서 왔다.
 구글 최고경영자(CEO)인 순다르 피차이와 MS CEO 사티아 나델라는 인도 출신이다. 애플·구글·MS는 글로벌 시가총액 1~3위 기업이다. 이베이 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아는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란인의 아들이고,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이다.
 뉴아메리칸리서치에 따르면 ‘포천 500대 기업’의 40%가 이민자들에 의해 설립됐다. 미국 인구의 10.5% 정도가 외국 출신임을 감안하면, 이민자들이 비즈니스 분야에서 뛰어난 성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이민자들의 다문화 경험이 그들의 역량을 증대시키고, 더욱 개방적이 되게 함으로써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만들어낸다고 분석한다.
 IT 기업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또 다른 이유는 실리콘밸리의 고급 인력 상당수가 이민자들이어서, 반이민 행정명령이 사업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정책연구기관인 실리콘밸리리더십그룹에 따르면 IT 업계 엔지니어와 고숙련 노동자의 58%가 외국 출신이다. 컴퓨터 분야에서 실리콘밸리에 고용된 25~44세 노동자의 74%가 외국 태생이라는 통계도 있다. 애플 미국 본사 직원 중 백인은 54%로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이고, 나머지는 비백인·이민자들이다. 아시아계만 23%에 이른다.
 이 때문에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줄곧 다른 나라에서 온 인재들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주요 기업들은 투명성보고서에 다양성을 명시할 정도다.
 팀 쿡 애플 CEO는 지난달 30일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이민자가 없었다면 애플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은) 미국의 다양성을 해친다”고 했다.
 실리콘밸리리더십그룹의 CEO인 칼 구아디노는 “이민과 혁신은 늘 함께 간다. 이는 혁신경제의 동력이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반트럼프 전선’이 빠르게 구축된 데에는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의 정치적 성향이 대체로 비슷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IT 업계는 지난해 대선에서 압도적으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