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 그림책 읽기 1

2011년 일본에 있을 때 아이에게 일본 그림책을 읽어주다 썼던 글을 다시 올려본다.

 

1.
아이가 읽을 책이 없어 제법 멀리 떨어진 구립도서관까지 가서 그림책을 몇 권 빌렸다.
한글로 된 책은 찾기 힘들어서 우선은 한국에서도 번역된 그림책을 빌렸는데 당연하게도 표지나 판형이 한국과 똑같았다.
<그래도 넌 내 짝궁>, <마빡이면 어때>, <깜깜한 밤> 등이다.

 

말썽꾸러기 짝궁에 대한 얘기인 <그래도 넌 내 짝궁>은 일본 원제로는 짝궁의 이름인 <나츠헤이군>(夏平くん)이다.
"여름에 태어났다고 해서 나츠헤이군, 그래서 얼굴도 새까만 걸까"라는 주인공의 말이 재미있다. 

도쿄로 전학을 가는 나츠헤이군을 배웅하는 고적대의 연주 소리가 "바보"에서 "바이바이"로 변하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인 책이다.
특이한 건 원작에서는 주인공이 사투리(짐작컨대 오사카 사투리)를 그대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머리카락을 짧게 자른 바람에 튀어나온 짱구머리 때문에 고민하는 아이 얘기인 <마빡이면 어때>의 원제는 <데코짱>(でこちゃん).
데코(でこ)는 튀어나온 머리, 말 그대로 마빡이이다. 
주인공 이름인 테코(てこ)와 데코의 비슷한 발음을 살린 작품인데 번역 과정에서 이걸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궁금하다.











2.
아이가 직접 고른 그림책도 빌렸다. 

 

<닮은꼴 나라의 크리스마스> 정도일까.
원제가 <Look-alikes Christmas>인 책이다. 
일본에 와서 처음 본 책인데 찾아보니 한국에도 같은 작가의 비슷한 시리즈가 몇 권 나와 있다. 
구두가 썰매로, 반창고가 기차 철로로, 장갑이 외투로 바뀌어 있는 등 주변의 익숙한 물건들을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꿔 하나의 장면을 구성하고 있는 놀라운 책이다. 
한 장면에 모습을 바꾸고 숨어있는 물건들이 100여개 이상이 된다고 한다.
아이도 아이지만, 나도 숨어있는 물건들을 찾느라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쇠망치군과 톱군>

말썽만 피우던 망치상어와 톱상어가 자신들의 무기(?)를 좋은 일에 쓰게 된다는 얘기인데 아이가 재미있어 한다.

원작자인 나카가와 히로타카는 <화났어> <친구가 생긴 날> 등 국내에도 꽤 많은 책이 번역된 유명한 동화 작가이자 싱어송라이터다.  

아이에 읽어줄 겸 해서 어설프게 번역해봤다.






쇠망치군은 머리가 쇠망치인 상어.

쇠망치군은 모두에게 미움을 샀습니다.  
주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뭐든 때려부숴버리기 때문이지요. 
요전에도 막 이사온 소라게의 집을 때려부수고 말았습니다.

쇠망치군이 다가오기만 해도 "우악, 도망가! 쇠망치다!" 하고, 모두 도망가버립니다.
소중한 물건을 부서버리면 견딜 수 없기 때문이지요.

톱군은 코가 톱인 상어.

톱군도 모두에게 미움을 샀습니다.
주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뭐든 잘게썰어버리기 때문이지요. 
요전에도 크게 자란 다시마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잘라버리고 말았습니다.

톱군이 다가오기만 해도 "우악, 도망가! 톱이다!"하고, 모두 도망가버립니다. 
귀중한 물건을 잘게썰어버리면 견딜 수 없기 때문이지요.

쇠망치군은, 외톨이.
톱군도, 외톨이.

어느 날, 아름다운 산호 숲 안에서 둘은 딱 만났습니다.
"뭐야, 그 머리는. 아주 우스꽝스럽네. 잘게썰어 주마."
"너야말로, 그 코는 뭐냐. 가소롭구만. 꺾어버려 주지."
라고 말하고, 서로 노려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기다려, 싸움은 그만둬"라고 끼어든 것은 나이먹은 거북이었습니다.
"이봐, 거기 젊은이들. 그런 하찮은 싸움일랑 그만두고, 꼭 세상을 위해 인간을 위해 일하는 것은 어떤가?"
"세상을 위해, 인간을 위해?"
둘은 이구동성으로 물었습니다.

"마침 선녀님께서 새로운 용궁을 만들고 싶다고 얘기하셔서 솜씨 좋은 목수를 찾고 있었지. 
어때 일해볼 생각은 없는가?"
"예"
둘은 거북이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공사현장에는 초롱아귀가, 설계도를 살피면서 넋을 놓고 있었습니다.
"이거, 일손이 부족하면 일이 안돼"
거기에, 거북이를 따라온 둘이 왔습니다.
"자, 두목. 기다리셨습니다. 확실한 솜씨의 목수를 둘이나 데리고 왔습니다요. 자, 시작하게나"

톱군은, 엄청 빠른 속도로 나무를 잘라갑니다. 

쇠망치군이 그걸 쿵쿵쿵 맞춰갑니다.
못은, 큰 곳은 복어의 바늘을, 작은 곳은 성게의 가시를 썼습니다.

둘의 작업으로, 용궁은 눈깜짝할 사이에 완성됐습니다.
선녀님도 매우 기뻐했습니다.
"훌륭한 작업이었습니다. 자, 피곤하지요. 많이들 드십시오"

아름다운 물고기들의 노래와 춤을 보면서, 둘은 맛있는 음식을 밤이 깊도록 실컷 먹었습니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진강과 박치기  (0) 2020.08.20
오카모토 유카 편, <누가 한일 대립을 만들었는가>  (0) 2020.08.18
일본 그림책 읽기 3  (0) 2017.02.13
일본 그림책 읽기 2  (0) 2017.02.09
봄여름의 책  (0) 2015.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