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0년 만에 개정판이 나온 일본의 대표 사전 <고지엔(廣辭苑)>의 ‘후쿠시마(福島)’ 항목에는 새로운 대목이 추가됐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원전 사고에 의해 피재(被災·재난을 당함)’.
“후쿠시마가 ‘피재’의 땅으로 사전에 나오게 된 건 현실입니다. 과거를 바꿀 수는 없어요. 하지만 미래를 바꾸고, 만드는 것은 가능합니다. ‘피재’의 땅 후쿠시마를 ‘부흥’의 땅 후쿠시마로 반드시 바꿀 겁니다.”
우치보리 마사오(內堀雅雄·53) 후쿠시마현 지사는 지난 7일 도쿄 포린프레스센터(FPCJ)에서 열린 외신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우치보리 지사는 3·11 동일본대지진과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7년이 돼가고 있지만, 후쿠시마가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후쿠시마는 지진과 쓰나미, 원전사고, 풍평(소문) 피해를 합한 ‘복합재해’를 맞았다”며 “이 재해는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고 했다.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빛’이 생겨나고 있는 점은 다행이라고 했다. 그는 “제염(방사선 물질 제거) 작업이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이달 안에 일단락된다. 오염폐기물의 중간저장시설도 본격 가동된다”고 소개했다. “밤·야생버섯·담수어 등 일부를 빼곤 농수산물의 방사선 수치가 지난 3년 간 기준치를 넘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러나 ‘빛’보다 ‘그림자’가 많은 게 현실이다. 피난자는 5만명, 인구도 크게 줄었다. 피난지역이 전체의 12%에서 3%로 축소됐지만, 주민 귀환율은 낮다. 원전의 노심용융(멜트다운)으로 녹아내린 핵 데브리 제거에 30~4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등 폐로 작업은 지난한 싸움이다. “후쿠시마산 농산물은 ‘좀 그렇다’라는 풍평이 가라앉지 않는 것”도 어려운 점이다.
우치보리 지사는 원전 처리수를 바다에 방출하는 방안에 대해 “과학적 논의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논의도 중요하다”며 “원전사고 당사자인 국가와 도쿄전력이 오염수 대책과 폐로 작업을 안전하게 진행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서 후쿠시마에는 제염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데 대해 “산림이 광대하기 때문에 좀체 제염이 안된다”면서도 “ 우리가 중시하는 것은 사람들이 사는 생활권에서 방사선 영향을 통제하는 것으로, 주택지나 농지 등을 확실히 제염해 산림으로부터의 마이너스 영향이 없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치보리 지사는 “제염 작업으로 생활이 가능해지더라도 사고 이전의 마을과 지금이 같겠나. 그렇지 않다”라고 했다. 이어 “사고 발생 후 7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는 데는 여러 고민들이 있다”면서 “이들이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지만, 각자가 하는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림자’를 ‘빛’으로 바꾸기 위해선 결국 다양한 프로젝트를 세우고, 도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후쿠시마에 로봇, 폐로, 환경 등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는 ‘후쿠시마 이노베이션 구상’을 통해 새로운 이들을 불러모아 후쿠시마를 다시 한 번 새롭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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