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50년 된 목조 건물, 밤에는 관리인 부재
31일 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幌)시의 한 노인 생활보호수급자 자립지원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해 11명이 사망했다. 희생자들은 모두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재선진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선 최근 독거 노인들이 많이 사는 주거시설에서 화재들이 잇따르면서 새로운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1일 NHK에 따르면 전날 밤 11시40분쯤 삿포로시 히가시(東)구의 고령의 생활보호수급자들이 살고 있는 자립지원시설 ‘소셜 하임’에서 “연기가 나고 있다”는 신고가 소방서에 접수됐다. 소방차 등 40여 대가 긴급출동해 진화에 나섰지만 건물은 전소됐다.
화재 현장에선 남성 8명, 여성 3명 등 11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또 구조된 5명 가운데 50대∼80대 남녀 3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시설에는 16명이 입주해 있었다.
불이 난 시설은 원래 3층 짜리 여관 건물을 개조한 목조 건물로, 1층과 2층에 10㎡ 정도의 개인실이 있다. 입주자는 모두 경제적으로 곤궁하거나 돌봐줄 친인척이 없는 사람들로 알려졌다. 한 달 임대료는 3만6000엔(약 35만원)으로 식사 제공과 함께 취업 지원 등의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 시설에는 낮에만 관리인이 상주해 불이 났을 때는 입주자들만 머물고 있었다. 불이 난 건물은 지어진 지 50년된 곳으로, 스프링클러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 시설은 소방법상 아파트(한국식 맨션)과 똑같이 취급되는 ‘하숙’으로 소화기나 자동화재통지설비, 누전화재경보기 등의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만,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는 없다.
시설을 운영하는 업체 부대표는 “병원을 보내거나 쇼핑을 함께 하는 등의 지원을 하고 있었다.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현장 근처에 거주하는 화재 목격자는 “노인들이 건물 앞 벤치에서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자주 봤다.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고령자가 많이 사는 아파트와 시설에서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아키타(秋田)현 요코타(橫手)시의 아파트에서 불이 나 50대∼70대 입주민 5명이 숨졌다. 모두 중년·노령층의 독거 남성들이었다. 지난해 5월에는 기타큐슈(北九州)시에서 일용직 노동자 등이 사는 아파트가 전소해 50대~80대 남성 6명이 희생됐다. 2015년 5월에는 가와사키(川崎)시의 간이숙박시설 2채가 전소해 40대∼80대 이용자 남성 11명이 숨졌고, 2013년 2월에는 나가사키(長崎)시의 ‘그룹홈’에서 화재가 발생해 70대∼90대 여성 5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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