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 해를 맞으면 ‘기대 반 불안 반’의 심정이 된다. 다가올 1년이 어떨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어서다. 언론에서 신년 기획이나 인터뷰 등을 통해 새해의 과제를 짚고, 어떤 1년이 될지 전망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신문을 비롯해 방송과 주간지 등에선 ‘2018년 일본’을 전망하는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내년 4월말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퇴위로 ‘헤이세이(平成·현 일왕의 연호)’ 시대가 31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되는 점을 비추어 헤이세이 시대를 되돌아보고 향후 과제를 짚는 ‘헤이세이라는 것은’이라는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8년 일본 경제 대예측’ 특집을 통해 지난해 2만2900엔대까지 올랐던 닛케이 평균주가가 올해 3만엔대를 훌쩍 넘어설 것이란 전문가의 예측을 실었다. 일본 경제가 장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최근 상황이 이 같은 낙관적인 전망을 낳은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대목은 향후 일본 경제의 ‘변수’로 북한 핵·미사일 위기,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경제 동향과 함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선택’을 드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아베 정권이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할지, 그 선택이 어디까지 현실화할지에 따라서 일본 경제, 아니 일본 사회의 향방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일본은 올해 ‘전쟁 가능한 국가’로 나아가는 중대 분기점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명분으로 전방위적인 무장 강화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전쟁을 포기하고 전력(戰力) 보유를 하지 못하도록 한 평화헌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해 헌법기념일인 5월3일 ‘전쟁 포기’(1항)와 ‘전력 불보유 및 교전권 비인정’(2항)을 규정한 현행 헌법 9조에 자위대의 근거를 명확히 한 개정 헌법의 2020년 시행을 목표로 제시했다. 집권 자민당도 최근 개헌안의 국회 발의를 연내에 마치고 늦어도 내년 봄까지 국민투표를 거쳐 2020년 새 헌법을 시행한다는 목표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 등 개헌 세력은 현재 중·참의원 모두 개헌안 발의가 가능한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개헌에 신중한 연립여당 공명당과 개헌에 반대하는 제1야당 입헌민주당, 그리고 절반 가까운 개헌 반대 여론이 변수다.
이런 상황 때문에 아베 총리가 필생의 비원(悲願)인 헌법 개정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둘 경우 국민 분열 등 적지 않은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개헌 논의에만 매몰될 경우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는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일 연두소감(신년사)에서 헌법 개정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날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위대 논란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작년 중의원 선거에서 대승을 거뒀으니 당연히 당에서 (개헌 논의를) 진행해 줄 것”이라며 개헌 논의에 박차를 가할 뜻을 내비쳤다.
공교롭게도 아베 총리는 신년사에서 150년 전 메이지(明治) 유신을 사례로 들면서 ‘국난 극복’을 강조했다. 메이지 유신은 일본 근대화의 출발점으로 평가받지만, 이때 정해진 일본의 행로는 70년 후 군국주의와 전쟁, 그리고 패전으로 이어진다. 보수우익세력들은 일왕을 중심으로 세계에 위세를 떨치던 ‘메이지 일본’으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패전 후 73년. 아베 총리는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바꾸려 하고 있다. 그가 꿈꾸는 ‘새로운 국가 만들기’가 어떻게 될 지, ‘불안’의 한 해가 시작된다고 느끼는 일본 시민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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